사설

사법 독립과 영장 제어, 조희대 대법원 역사적 짐 무겁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취임했다. 74일간의 사법 수장 공백도 해결됐다.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3200여 법관들의 리더다. 대법관 13명과 함께 최고·최종심 법원인 대법원의 재판도 담당한다.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 등의 권한도 갖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런 막중한 임무를 2027년 6월 정년(70세)까지 수행한다.

‘조희대 대법원’이 짊어진 역사적 짐은 무겁다. 조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은 사과와 반성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그런데 지난날 서슬 퍼런 권력이 겁박할 때 사법부는 국민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고, 평등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빈부 간에 심한 차별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또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하여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슬 퍼런 권력의 겁박은 과거나 영화 속의 일이 아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고 검찰이 정부 고위직을 속속 꿰차면서 검찰독재와 검사들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대통령의 정적과 비판 언론에 대한 수사·기소에는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와 ‘조건부 구속영장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과잉 수사에 법원이 ‘영장 자판기’라는 오명을 듣지 않도록 조 대법원장은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수색·구속 영장을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제어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들을 향해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법치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오직 헌법과 법률에 담긴 국민 전체의 뜻과 이에 따른 법관의 양심을 기준으로, 어떤 선입견이나 치우침 없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형식적인 법 논리에 매몰되지 않게 항상 조심하고,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재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확한 진단이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법원 구성원 다양화가 긴요하다. 무엇보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일색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대학, 같은 세대, 같은 성별 출신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각계각층의 이해를 고루 반영할 수 없고,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도 어긋난다. 조 대법원장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자 선정부터 다양화를 적극 실행에 옮겨 사법부의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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