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특검법’ 수용이 윤석열 정부 국정쇄신 첫 걸음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4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며 “법안이 넘어오면 어떤 대응을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악법’이라고 했을 때 예상했던 터라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여론이 70%에 달한다는 점을 여권은 엄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검법 수용이 국정쇄신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권의 비판 논리는 ‘야당의 총선용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이관섭 실장이 KBS <일요진단>에서 “통과되지 않은 법을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이 점을 강조했고, 한동훈 지명자도 “총선을 겨냥한 악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뒤 지난 3월 정의당이 별도 법안을 제출했고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총선용 정치공세라기엔 1년여가 지난 ‘해묵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고, 국민의힘은 방해만 하다가 이제 와서 ‘총선용’으로 규정하는 것은 게으른 비판일 뿐이다.

여권은 또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 있고,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 정부의 최순실·드루킹 특검과 다를 게 없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한 지명자가 이런 전례를 모를 리 없는데도 ‘독소조항’ 운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여당 일각에서 ‘선 독소조항 해소, (총선) 후 특검 실시’라는 절충안이 나온다. ‘김 여사 방탄’ 비판 여론을 의식한 고육책이지만 이 자체가 총선 유불리를 따지는 기만이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 방안에 격노했다는 데 있다. 대통령 태도로 본다면 특검법안을 총선 뒤 처리한다고 해도 거부권을 행사할 기세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수직적 당정관계라면 총선 후 절충안을 낼 가능성조차 희박해 보인다.

국민들은 김건희 특검법 수용 여부가 26일 출범하는 한동훈 비대위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안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정치인 한동훈의 장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공정과 평등이라는 법 정신이 훼손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양경숙 의원이 9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양경숙 의원이 9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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