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로 취임 2주가 됐다. 한 위원장은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전국을 돌며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화려하게 정치에 입성했지만, 그의 역할과 메시지에 대해 벌써부터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위기의 본질인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용산 앵무새’를 자처하면서 불러일으킨 논란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 첫날 더불어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정치”라고 비판했다. ‘진짜 윤핵관’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을 유임하고, 공천관리위원장에 ‘선배 법조인’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앉혔다. 이런 화법과 인사는 민주당을 “이념 패거리 카르텔”로 공격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와 친윤·법조인을 곁에 두는 용인술을 빼닮았다. 한 위원장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한 것도, 용산의 입장 그대로다. 민심은 여론을 제대로 전하고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으라는데 한 위원장은 마치 ‘용산 앵무새’처럼 말하고, ‘윤석열 아바타’처럼 움직였다. 민심이 정부·여당에서 왜 멀어지고 있는지 반성과 성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고 했다. “선당후사 안 해도 된다. 선민후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김건희 특검법은 선민후사를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한때 내비쳤던 ‘총선 후 특검’조차 쑥 들어가고, 다짜고짜 반대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을 ‘대통령 부부 모욕주기’라고 한 건 대응 논리로 군색하기 짝이 없다. 오죽 김 여사의 처신과 검찰 수사를 불신하면 국민 여론의 60% 이상이 특검법을 찬성하겠는가.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김건희 특검과 전혀 별개인데, 이마저도 ‘조건부 검토’라는 대통령실 입장을 답습하고 있다. 그는 여당과 대통령실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해놓고선 용산이 제시하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민심이 아닌 윤심만 챙기고 있으니 특검법 정국에서 한 위원장은 존재감이 없다.
한 위원장은 이날 강원 원주를 방문해 “국민의힘은 강원도의 힘이 되겠다”고 했다. 앞서 대구·대전·광주·수원에서도 변화를 얘기했다. 그가 동분서주하고 메시지가 화려해도 대통령실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여당이 처한 비상상황을 타개할 수도 없다. 한 위원장은 용산에 쓴소리를 못해 실패한 김기현 대표 체제,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총선 앞에 여당을 보는 차가운 시선이 걷히지 않고 고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