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새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조치를 내놨다.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2년 내 신축되는 60㎡ 이하 소형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은 여러 채를 사도 취득·양도·종부세가 면제된다. 건축 30년 초과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고, 재개발 문턱도 낮아진다. 공급·수요 양면에서 규제를 대거 풀겠다는 것인데 무주택자나 청년 등 실수요자가 아니라 다주택자와 건설·부동산 업자에게만 수혜가 집중될 나쁜 정책이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기부양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다주택자·건설업자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정부는 본 적이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준공 30년이 넘는 주택 재건축에선 안전진단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안전진단 통과 없이도 정비사업에 바로 착수하는 ‘패스트트랙’으로 재건축에 걸리는 기간을 3년가량 단축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산불평등이 유발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발생시키지만 그 혜택은 토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 집중된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추가로 풀 기세다. 지금은 수요가 바닥이라지만, 서울 재건축 단지가 전국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년 뒤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스럽다.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정책도 서민층 주거 공급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건 전세사기 피해 보완책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사기 피해를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살아날 것인데도 공급규제 완화에 집중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 투기세력이 대거 주택쇼핑에 나서도록 꽃길만 깔아주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를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면서 “다주택자를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된 것이고 그 피해를 서민이 입게 된다”며 중과세 철폐를 약속했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서민 정책으로 포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중과세를 폐지하겠다면 경실련 주장처럼 총 주택가격으로 공정하게 세금을 매길 새 기준이라도 제시해야 납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번 대책은 정책 영향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시장 특성은 감안하지 않은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의 완성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정책 본령은 망각한 채 건설업계와 다주택자들만 바라보고 만든 이번 정책은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