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69시간 근무 다시 힘 싣는 정부, ‘과로사회 역풍’ 잊었나

지난해 12월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일자리 정보지에 근무시간이 표시돼 있다. 연장근로시간 합이 12시간을 초과하지만,  앞서 대법원의 연장근로시간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르면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했을 때 45시간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일자리 정보지에 근무시간이 표시돼 있다. 연장근로시간 합이 12시간을 초과하지만, 앞서 대법원의 연장근로시간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르면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했을 때 45시간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에 얼마를 일하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에 맞춰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준수 여부를 따질 때 ‘1일 8시간’이 아닌 ‘1주 40시간’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현재 조사·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하겠다고 밝혀 현장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퇴행적 판결에 기민하게 발맞추는 노동부의 행태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바뀐 행정해석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에 근거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 대표의 2심 유죄 선고를 파기하면서 연장근로 시간을 1주일 단위로 계산했다. 하루 ‘8시간’을 넘으면 연장근로로 봐온 그간의 행정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판결에 따르면 이틀 연속 21.5시간(휴게시간 제외) 일하고 쉬는 극단적인 노동도 가능해진다. 장시간 집중노동이 노동자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들로도 입증된다. 노동부도 이날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한 것은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가 서둘러 행정해석을 바꾼 것은 초과노동을 합법화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방안은 과로를 부추기고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법원 판결도 연장근로 시간 상한이 따로 없는 근로기준법의 허점 탓에 나온 것인 만큼 보완 입법을 추진하는 게 맞다. 판결을 명분 삼아 다시 장시간 노동 제도화에 나서려는 정부 태도는 부적절하다.

노동자 건강을 담보로 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명분이 없다. 정부는 노동시간 늘리기 시도를 그만두고 주 11시간 연속휴식, 연장근로시간 상한 설정을 보완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장시간 노동 관행이 존속하는 한 저출생 위기는 타개할 수 없음을 정부는 깊게 새겨야 한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