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대담으로 ‘김건희 문제’ 유야무야해선 안된다는 게 설 민심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역이 귀경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역이 귀경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설 명절 마지막 날인 12일 여야가 연휴기간 청취한 민심은 제각각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설 연휴 밥상에 오른 민심의 소리는 단연 민생이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며 민생을 부각시키려는 바람이 담긴 논평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운동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품백 수수) 해명이 오히려 공분만 키웠다”며 윤 대통령의 방송대담을 상기시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설 연휴 전국 곳곳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탄식이 넘쳤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논평처럼 도탄에 빠진 민생 살리기에 정치권이 나서달라는 여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 직전 방영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에 대한 민심의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그 파장이 명절 내내 이어진 것도 분명하다.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들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담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민심을 전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영된 KBS 대담에서 이 사건을 “몰래카메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아쉽다”라고만 했다. 대통령실이 대안으로 내놓았던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부정적인 태도를 비쳤다. 김 여사의 부정적 처신에 대해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가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설 연휴기간 드러난 민심은 정치권이 민생도 챙겨야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의혹을 적법하게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대통령의 KBS 대담으로 김건희 문제를 유야무야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민생 챙기기와 ‘김건희 문제’ 해결은 양자택일할 사안이 아니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12월 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하지만 본수사를 진행할 기미를 보이는 대신 검찰은 오히려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주거침입’ 등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도 신고 접수만 했을 뿐 기초적인 조사에 나서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배우자 의혹에 대해 책임회피성 발언을 공식적으로 한 마당에 수사·조사기관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리가 만무하다.

정부와 여당은 설 연휴를 고비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싶겠지만, ‘김건희 문제’는 이런 식으로 덮일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의 KBS 대담은 국정책임자가 가족을 위해 공정과 상식을 저버리는 장면을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와 사법당국이 이 문제를 적법하게 풀지 않는 한 민심은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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