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안싸움에 날 새는 개혁신당, ‘새정치’ 기치 어디로 갔나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오른쪽)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오른쪽)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제3지대 세력이 통합한 개혁신당의 집안싸움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고성 충돌이 빚어졌다. 4·10 총선 정책 지휘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공천을 놓고 벌어진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양측의 대립이 원인이다. 거대 양당의 양극화 정치 극복을 내건 개혁신당이 주도권 다툼과 정체성 논쟁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상식 밖이다. 통합 비전이던 ‘새로운 개혁정치’ 깃발이 무색하다.

19일 개혁신당 비공개 최고위에선 총선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던 도중 고성이 새어 나왔다. 새로운미래 측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격앙된 표정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을 만나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다 위임해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했다.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선거운동 지휘 권한 위임은 속도감과 의외성을 살리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 보인다. 이날 오후 통합 무산까지 열어두고 비공개 책임위원회의를 연 새로운미래는 20일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개혁신당 최고위는 당원자격심사위원회도 설치키로 했다. 정체성 갈등 불씨가 된 배 전 부대표 심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의 상황은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 정치에 염증을 내는 제3지대 중도층 유권자들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정체성 논란 속에 계파 다툼을 벌이면서 ‘새 정치’를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제3지대가 새로운 정치를 보여드리는 방법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건강하고 상식에 맞는 정당을 만드는 것”(금태섭 최고위원)이라고 했던 합당 선언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혁신당 새 정치의 핵심은 양극화된 정치 극복이다. 그것은 정치적 다양성 존중과 다원주의에 기반한다. 총선까지 50일 남은 상황에서 정체성 논쟁과 주도권 다툼에 허우적거릴 여유도 없다. 한국갤럽이 16일 발표한 정기조사에서 개혁신당 지지율은 4%였다. 무당층은 24%나 됐다. 중도층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양향자 원내대표는 19일 YTN 라디오에서 “대안과 정책 제시보다 세력 규합에 매몰되면 국민들은 거대 양당보다 개혁신당을 먼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은 설 연휴 첫날 절박하게 합당을 선언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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