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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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독선 경쟁’의 중간성적표
역시 예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압승이다. 누가 더 오만하고 독선적인가를 겨룬 ‘오만·독선경쟁’ 이야기이다. 물론 박용진 의원에 대한 공천 거부 등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오만과 독선은 정치적 상식을 넘어선 한심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수 국민들에게는 이것조차 윤 대통령이 보여준 오만과 독선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했다. 특히 야권에 대해서는 매서운 법의 칼을 겨누면서도 김건희 여사와 해병 사망사건 외압의혹 핵심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 자기편에는 너무 관대해 윤 대통령 쪽에서 하면 로맨스이고 민주당이 하면 불륜이라는 ‘윤로민불’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이 윤로민불이 친이재명계에서 하면 로맨스이고 친문재인계 등이 하면 불륜이라는 ‘명로문불’에 대한 분노를 압도했다. 주목할 것은 항소심에서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여러 사건의 피의자인 이 대표만이 아니라 돈봉투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고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은 허종식 의원 등 민주당 전당대... -
윤석열은 갑자기 별나라에서 왔나
4시간 뒤 나온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결과를 모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뻔했다. 총선 엿새 뒤 발표된 윤 대통령의 12분짜리 공개 입장 표명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상투적 표현을 빼면 이렇게 요약된다. ‘국정 방향은 옳았다. 최선도 다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이겼더라면 겸손함을 보여줬을, 괜찮은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처참하게 졌다. 역대 대통령처럼, 자포자기 심정으로 “역사는 나를 평가해줄 것”이라는 임기 말 ‘역사와의 대화’ 증상이 시작됐다고 보일 순 있겠다.윤 대통령은 야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첫 대통령으로 정치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 오욕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납작 엎드려 살려달라고 해도 시민들의 성난 마음이 풀릴까 말까 한데, 자기 마음을 몰라줘 억울하다는 투다.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그의 말에 절박함은 읽히지 않았다. 총선 이튿날 대통...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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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지는 벚꽃이 닮았다
표는 준엄했다. 108 대 192. 보수여당이 대참패했다. 1988년 ‘1노3김’이 겨룬 13대 총선 이래 여당 지역구 의석이 처음 두 자릿수(90석)로 쪼그라들고, 그 의석마저 셋 중 둘은 영남(59석)이었다. 2년 전 대선에서 이긴 한강·금강에서 완패하고, 낙동강과 서울 강남에서 명줄만 부여잡았다. 중대선거구제와 비례제 확대를 반대한 여당은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윷 던지듯 한 소선거구 진검승부에서 ‘모 아닌 도’를 잡았다. 그 투표함이 까진 4월10일 밤, 한국 정치는 또 한 번 개벽했다.“왜 저리 막 던질까.” 대통령이 총선용 감세·토건 공약을 나날이 쏟아낼 때다. “질 거니까.” 이 문답에 술자리에선 실소(失笑)가 터졌다. 정권심판론이 그리 컸고 이심전심으로 굴렀다. 허겁지겁 용쓰다 만 여당은 논외로 두고 그 심판의 시작과 끝, 오롯이 ‘윤석열’이다. 집권 2년 패인이 ‘디올백·런종섭’뿐일 리 없다. 검사 정치, 입틀막 정치, 이념 정...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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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권’이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윤석열, 한동훈이 “내가 수사해 봐서 잘 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서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말이 아니라 검사 출신들이 책임 있는 자리를 맡으며 흔히 내뱉는 말이었다. 그걸 듣는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1960, 70년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쿠데타 군인들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폭력으로 사회적 평화를 강압하는 일에 동원된 경험이 있으므로 민간 정치에 개입하여 자본축적의 위기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은 당시 군부 조직에 만연했던 일종의 믿음 혹은 문화 같은 것이었다. 그런 조직 문화를 군부 정치 연구자들은 ‘신직업주의(neo-professionalism)’라고 불렀으며 그것을 쿠데타 원인으로 꼽았다.우리가 정치검찰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제도로서 검찰은 아니고, 검찰의 일부 분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도 그런 믿음 혹은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교육 관련 수사를 해 봤기 때문에 교육... -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른 집권 여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심은 집권 여당에 냉혹한 심판을 했다. 애당초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집권 여당이 선방하기 위해선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대해 집권 2년 동안의 정책 성과로 대응하거나 의미있는 새로운 정책 공약을 제시하면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어야 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선거 막판까지도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만한 정책 하나 제시하지 못했다.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고 오직 말싸움 선거, 무정책·무감동 선거로 일관했다. 미래가 없는 후진적 선거가 전개되었다. 국민은 실망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대응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즉 이·조 심판이 민생이라는 외침이었다. 어떻게 야당 대표들을 심판하는 게 민생이라는 말인가.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경제는 국민을 잘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에게 희망이나 행복을 주었나? 아니다. 장... -
내일을 위해 투표했습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세 차례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려고 했으나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현재 침몰 원인은 ‘좌초설’(암초 등에 부딪혀 침몰), ‘외력설’(잠수함 충돌 등 외력으로 침몰), ‘내인설’(복원력 부족과 기관 고장으로 침몰)이라는 세 가지 가설로 남았다. 하지만 배가 왜 그리 빠르게 기울어 침몰했는지는 분명해졌다. 첫째, 증개축. 전시실을 짓고 선실을 늘리느라 세월호의 무게는 원래보다 239t 늘었고 선박 복원력은 줄었다. 이윤 때문이다. 둘째,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세월호의 화물 적재량은 987t인데 당시 2214t을 실었고 화물 상당수가 제대로 묶이지 않았다. 선원들의 부주의 탓도 게으름 탓도 아니다. 고박장치를 설치하면 갑판 바닥을 많이 차지해 화물 적재량이 줄기 때문이다. 배가 기울자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며 침몰을 재촉했다. 수사 과정에서 관행이라는 진술이 나왔는데, 결국 ... -
내각·대통령실 쇄신, 지금 거론되는 인사들로 가능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한 내각·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고심하고 있다.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은 국정 실패를 반성하고 기조 변화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일 핵심 조치다. 하지만 대통령실 주변에서 거명되는 인사들 면면을 보면 국정의 총체적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에 부응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다.내각·대통령실 인적 쇄신은 총선 직후 즉각 단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전례 없는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의를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조치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성태윤 정책실장 등 실장·수석급 참모들이 총선 이튿날인 11일 사의를 밝힌 마당이다. 그러나 14일에도 새 비서실장 지명 관측이 잠깐 돌다가 들어간 걸 보면 신속한 쇄신은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간 보인 인사 난맥이 국정 기반 약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말로는 능력이 인사 원칙이라면서 검찰 출신이나 대통령 지인들을 ... -
검찰이 ‘김건희 수사’ 뭉개지 말라는 것이 총선 민심
총선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면서 검찰도 치명상을 입었다.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조국혁신당이 창당 1개월 만에 국회의원 12명을 배출한 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정권의 해결사 노릇을 하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여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검찰을 향해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및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신속히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조 대표 발언은 민심과 일치한다. 여론이 조 대표 발언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조 대표가 국민의 뜻을 정확히 읽고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윤석열 정권 들어 검찰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상실했다. 대장동·성남FC·백현동·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2년 넘게 진행하고...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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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정부, 물가부터 잡고 감세 공약 원점 재검토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10번째 동결했다. 가계부채와 내수 부진이 짓눌러 온 경기 불황을 벗어나려면 서둘러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여전한 물가 상승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동결 결정을 반복한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물가 외에 고유가·고환율·재정적자·국가부채 문제까지 한꺼번에 톺아져 한국 경제는 깊은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여당 참패로 끝난 4·10 총선은 윤석열 정부 경제 운용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이 고물가 민생고에 불지른 게 상징적이다. 일자리 구하기 힘들고 실질소득이 뒷걸음치는데 과일·채소 등 밥상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 초점과 해법을 엉뚱한 곳에 집중했다. 총선 앞에 ‘관권선거’ 시비를 부른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부자감세와 토건개발 공약을 남발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훼손해가면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법인세... -
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의 완패
4·10 총선 결과는 이른바 ‘검사 정치’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서 어떠한 중간 단계도 거치지 않고 정치로 직행했다. 그들이 빚어낸 컬래버레이션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검사’와 ‘정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1. 검사의 삶은 이분법 그 자체다. 검사의 세계는 검사와 피의자,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린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다. 당연히 회색 공간은 없다. 피의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간주되므로, 검사는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정치는 그렇지 않다. 100% 선도, 100% 악도 없다. 100% 승리도, 100% 패배도 없다. 회색의 중간지대를 사이에 둔 채 주고받고, 타협하고, 윈윈(win-win)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며 신뢰를 갖고 대해야 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이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2. 검사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에 익숙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