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증시 밸류업, 총수 전횡부터 막고 남북 긴장 낮춰야

기획재정부가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세 카드를 또 들고나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상반기 이른 시일 내에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세제지원 방안은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등으로 주가 저평가를 해소한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증시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이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이들 기업에 시중 자금이 유입되도록 관련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총선을 앞두고 나온 인위적인 증시 부양책도 논란이지만,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부자감세 정책 등으로 지난해 60조원 가까이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정부는 주식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미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완화하고, 주식·채권 투자 소득에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한 터다. 증권거래세도 지난해 0.20%로 낮춘 데 이어 올해 0.18%, 내년 0.15%로 내리기로 했다. 애초 증권거래세 인하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한 정책이다.

한국 증시가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 코스피지수가 2400~2600대에 갇혀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요즘 미국과 일본의 주가는 탄탄한 기업 실적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와 S&P지수는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989년 12월 거품 경제 정점을 34년 만에 넘어섰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회사는 자본을 사용한 대가로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소액 주주나 개미 투자자는 주인이면서도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등으로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밸류업 방안처럼, 국민 혈세로 배당을 늘리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빈부 격차만 키울 뿐이다.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강화하고 주주총회를 내실화해 총수의 전횡을 막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해 외국 자본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급선무가 되어야 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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