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풍자한 온라인 게시물에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강제 조치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26일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이라는 제목의 짜깁기 영상 게시자의 계정을 압수수색했다. 방심위는 지난 23일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영상 접속을 차단했다. 불과 며칠 사이 이뤄진 조치인데, 그 배경에 국민의힘 고발이 있었던 걸로 드러났다.
문제의 영상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연설 장면을 짜깁기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처음 올라왔다.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보복은 없습니다”라는 원래 발언이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는 식으로 바꿔치기돼 있다. “가상으로 꾸며본”이란 단서가 달려 있고, 앞뒤가 안 맞는 내용 때문에 보통 사람이라면 웃고 넘길 패러디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상을 대하는 정부기관들의 표정은 근엄하기 짝이 없다.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조항, 이번 총선을 앞두고 마련된 공직선거법상 딥페이크 규제 조항을 들이댄다. 우선 권력자를 풍자한 듯한 이 영상이 명예훼손에 해당할지 의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자 비판과 풍자는 폭넓게 인정돼 왔다. 해당 영상은 오래전에 제작된 데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처럼 정교하지도 않아서 ‘선거일로부터 90일 전’ 시한 등을 둔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사회혼란 야기’를 언급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건 선거 앞에 본보기로 정권 비판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전환’ ‘R&D 예산 복구’를 외치다가 경호관들에게 입이 막힌 채 끌려나간 야당 정치인·졸업생 사례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총선 국면에 불거질 허위 조작 정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건 불가피하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그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처럼 국가기관이 법률을 자의적으로 들이댄다면 시민 자유를 크게 제약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개정 선거법에 추가된 “딥페이크 영상 등” 규정의 남용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아닌, 권력자에 대해서는 비판할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