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송 대기 7개월째 박정훈 대령 재판 한 번 잡지 않은 법원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이 ‘보직해임 취소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수원지법은 재판 진행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12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 대령이 지난해 8월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직해임 취소소송(행정소송)은 지금껏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대령 측이 신청한 각종 기록의 복사·열람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아 박 대령 측에서 자진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재판부의 무성의한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의 보직 해임 결정 근거 등을 박 대령이 정확하게 파악해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은 지난해 7월20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싸여 사망한 채 상병 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한 뒤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첩 보류를 지시한 상관 명령을 어겼다며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하고 보직해임과 징계, 구속영장 청구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채 상병 사망 관련자를 축소하고 수사한 박 대령을 옭아매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했다.

이 와중에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출국금지 상태인데도 호주대사로 임명된 후 지난 10일 약식수사만 받고 출국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종섭 특검법안’을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에 관여한 걸로 의심되는 대통령실·법무부·외교부 등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박 대령 재판의 지연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면 된다. 박 대령에 대한 국방부의 보직해임이 정당했는지 재판부가 판단하면, 그것을 단초로 복잡하게 얽힌 이 사건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다. 재판이 지연될수록 박 대령과 채 상병 유족의 고통도 길어진다. 헌법 27조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박 대령의 재판을 당장 개시해 신속·공정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한수빈 기자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한수빈 기자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