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인’ 의지 있는가

〈전남식/ 논설위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도 신문들이 멋대로 해석하고 비판한다해서 못마땅해했다. 기자가 자신의 말을 인용할 때 백악관 공보비서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니 그가 신문기사를 얼마나 불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는 결국 당시 뉴미디어였던 라디오를 이용해 대(對) 국민 직접 정치의 길로 나선다.

루스벨트는 1933년 5월 대공황의 고통을 받고 있던 미국인들을 향해 역사적인 첫 라디오 연설을 했다. ‘잠깐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라는 30분짜리 연설은 국민들에 대한 위로로 시작해 돈줄이 말라 구매력이 실종되고 실업이 늘어나는 경제난의 실상을 자상하게 설명해 나간다. 그런 다음 금융시스템을 정상화시켜 여러분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도록 할테니 믿고 따라 달라고 호소했다.

라디오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대통령의 말과 생각이 가감없이 전달되는 것이다. 힘차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루스벨트의 목소리는 국민들의 가슴에 속속 파고 들었다. 그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차례나 연임한 것은 재임기간 실시한 28차례의 연설 덕분이었음은 물론이다.

- 메시지 전달은 분명하게 -

대 국민 직접정치에서 메시지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자신의 말과 생각이 설득력 있게 전해져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체제에서 의회와 언론을 뒷전으로 돌려놓고 국민과 직접 상대하겠다고 하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인류역사에서 오명을 남겼던 포퓰리스트들만 대 국민 직접 정치를 한 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도 윌리엄 매킨리,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등 여론을 원하는 대로 조작하고 쟁취해 권력기반을 강화하려 했던 인물은 부지기수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뉴미디어인 인터넷을 활용해 대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할 수 있다. 그는 한때 대 국민 직접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취임 초에는 ‘평검사와의 대화’라든가 ‘국민과의 대화’라는 TV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런 자리는 뜸해졌다. 입을 열었다하면 이중삼중의 해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여과없이 나간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속출한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노대통령의 어법에는 사실 문제가 있다. 구사하는 어휘나 표현방식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일 때가 잦아 모호한 구석을 남긴다. 이런 어법은 경제에서 금물이다. 경제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만큼 주고 받는 메시지가 분명치 않으면 경제주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물고 혼란을 겪어야 한다.

실제로 대통령과 정부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를 받다 보니 정책이 꼬이고 시장이 불확실해지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만해도 그렇다. 이 제도는 예외조항이 많이 생겨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투자를 막는 요인이라는 재벌기업들의 반발에 밀려 이제 경제살리기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현 정부는 YS, DJ 정부보다 시장개입을 덜 하면 덜 했지 많이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좌파정권이라고 오해를 받는 것은 메시지를 잘못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통령 나서 경제 살려야 -

한국경제는 지금 불신의 늪에 빠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노대통령이 경제문제에 관한 한 대 국민 직접정치를 하기 바란다. 대통령이 중시해야 할 정책이면 인기에 연연한다는 주변의 비난에 개의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의도나 정책 방향을 국민과 기업들에 정확하게 던져 믿고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몇몇 신문들의 오해와 왜곡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평은 부질없다. 노대통령이 루스벨트의 방식대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면 마다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Today`s HOT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