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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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의 눈]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충격이 충격을 덮는, 각종 ‘초유’ 사태의 폭풍 속을 지나면서, 국민들이 가장 자주 마주하는 감정은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집단적 수치심을 안긴 충격적인 장면 몇 가지만 추린다.“84만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 2023년 12월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빙자해 열린 윤석열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의 생일잔치에 울려퍼진 축하곡이다.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윤비어천가’에 희희낙락했을 윤석열의 낯두꺼움에 국민들은 부끄럽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국회해산권이 존재했던 예전 군사정권 때의 계엄 예문을 그대로 필사했다. 나는 (이러한) 문구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해 바로잡지 못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김 전 장관이 계엄 포고령을 잘못 베껴 위헌적인...
  • [경향의 눈]윤석열 체포가 출발점이다

    윤석열 체포가 출발점이다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반복하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고 여겨진 한국에서 어떻게 다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12·3 친위쿠데타는 민주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으로 정치학자들이 연구할 만한 과제이다. 한 달여 지켜본 입장에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법 제도와 정치 환경의 문제 이전에 망상에 사로잡힌 지도자 개인의 독특한 성격 탓이 크다.김용현 공소장을 보면 윤석열은 평소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주사파” “노동계, 언론계, 이런 반국가세력” 척결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부정선거론에 대한 확신도 보였다. 김용현 같은 측근들은 객관적 조언을 하기보다 맞장구를 쳤다. 극우 유튜버 외에도 일부 주류언론이 이 견해에 동조하며 ‘종북·반국가세력’ ‘부정선거’ 담론을 만든 것도 오판을 불렀을 것이다. 윤석열은 반대파와의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외부 위협’을 과장하며 검찰과 경찰, 정보기관...
  • [경향의 눈]국민의힘은 왜 이럴까

    국민의힘은 왜 이럴까

    대통령 윤석열이 틈만 나면 ‘반국가세력’을 외쳐댔지만 계엄이 현실화할 줄은 몰랐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몇달 전부터 준비됐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가 계엄을 2시간 만에 해제하지 못했다면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했을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거나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식의 윤석열의 담화는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의 말이라고 치부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헌정 중단을 불러올 수 있던 내란을 막지 않고 윤석열 탄핵 후에도 방어에 급급한 국민의힘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국민의힘은 얼마나 갈 수 있을까.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2명만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대표는 친윤석열계에 의해 사실상 축출됐다. 이 와중에도 친윤계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보다 더 무서운 건 분열”이라고 했다.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도 거부했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
  • [경향의 눈]국민의힘, 말끝마다 “국민, 국민” 하지 말라

    국민의힘, 말끝마다 “국민, 국민” 하지 말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말끝마다 국민과 대한민국을 언급한다. 지난 5일 “탄핵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을 때도,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을 때도, 다시 이를 뒤집을 때도 국민을 앞세웠다. 지난 8일 대국민담화에서도 역시 국민은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국민 생활의 안정입니다. 혼란과 갈등으로 국민 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사태를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이후 본인의 선택이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다.무도한 정권의 국회 침탈을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냈다. 유혈사태의 공포 속에서도 계엄 해제에 힘을 모아 멈출 뻔한 민주주의 시계를 다시 살려냈다. 그러나 빠른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 불참으로 배신했다. 대체 누가 국민의 대표이고,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한다는 말인가. 대한민...
  • [경향의 눈] 미치광이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더 맡겨둘 수 없다

    미치광이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더 맡겨둘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나를 안아주며 “아빠… 죽지 마…”라고 했다.퇴근 후 함께 TV를 보며 쉬고 있던 아빠가 황급하게 신문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집을 나서자 문까지 따라나와 한 말이다. 아이는 계엄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텐데 어디서 무얼 듣고 저렇게 말할까. 평소와 다른 아빠의 행동에서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모양이다. 계엄이 ‘통상적인 법·제도가 동결되고 시민들이 군대의 통제를 받는, 정부와 인민 사이의 전쟁상태로의 회귀’라는 개념 정도는 있었지만, 나 역시 이 나라에 계엄령이 마지막으로 내려졌던 때에 대한 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사이 군대와 시민의 권력관계는 변했고, 누구나 한국은 더 이상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회사 동료들과 계엄 관련 헌법 조항을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으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아이돌봄 예산 불처리’가 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동원된 것은 희극에 가까웠...
  • [경향의 눈]한동훈, 간 보다 흘러간 11개월

    한동훈, 간 보다 흘러간 11개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은 ‘어찌 됐든 사과’만 남았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정신 차리고 잘해보려는구나’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주지 않았다. 실패를 향한 폭주 선언이었다. 친한동훈계 인사들의 입에선 “망했다” “안 하니만 못했다”는 탄식이 나왔다. 윤 대통령에게 “담화는 반드시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오전 당대표실을 나간 뒤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대표도 당혹스럽고 실망했을 거라고 봤던 날이다.윤 대통령이 2시간20분 동안 쏟아낸 4만4000여자 공식 속기록 어디에도 한 대표 요구가 제대로 반영됐다는 표현은 없었다. 오독 불가였다. 윤 대통령은 또다시 한 대표를 패싱했고, 수모를 줬다. 그런데 한 대표는 이튿날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께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조건 없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국민들께 약속했다”고 했다. 나아가 무슨 쇄신 의지가 있었다는 건지 “실천을...
  • [경향의 눈]‘제멋대로 국정’의 끝판왕, 의료대란 9개월

    ‘제멋대로 국정’의 끝판왕, 의료대란 9개월

    지난 2월6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규모 발표로 촉발된 이른바 의료대란이 만 9개월을 지나고 있다. 현 상황은?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의료대란 뒷수습을 위해 2월부터 9월까지 쏟아부은 건강보험 재정만 2조원이 넘는다(국회예산정책처).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최근 정부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재정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까지 밝혀, 건보재정은 1~2년 내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전공의 9000명가량이 수련병원을 떠났고,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을 지키던 전문의들도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줄줄이 병원 문을 나서고 있다. ‘의료개혁’이라고 이름 붙인 독단적 국정운영의 처참한 성적표다. 의료대란 사태는 전 국민의 근심거리가 됐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아프지 말라”는 말이 인사가 될 지경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로 주저앉은 대통령 지지율, 부정평가의 이면엔 의료대란이...
  • [경향의 눈]김일성 아닌 박정희가 되려는 김정은

    김일성 아닌 박정희가 되려는 김정은

    K대대? 또 다른 K신드롬인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다. 러시아군이 전장 배치를 앞둔 북한군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빌어먹을”이란 수식어가 붙은 걸로 보아 그들 사이에도 뜨악함이 느껴진다.김정은의 러시아 파병은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후 첫 대규모 해외 파병이다. 북·러 조약에서 부활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반격한 러시아 쿠르스크에 1만명 정도의 북한 병력이 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이로써 이 전쟁은 제3국 정규군이 뛰어든 국제전이 되고 있다.이번 파병을 보며 박정희의 베트남 파병을 떠올리게 된다. 전선에 투입되는 모든 군인은 총알받이다. 60년 전 베트남에 간 한국군도 그랬다. 1964년부터 9년 가까이 계속된 이 전쟁에 한국군은 미국 다음으로 많이 참전해 5000여명이 죽고 1만여명이 다쳤다. 젊은이들이 이역만리의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간 점도 비슷하다. 북한군이 러시아 돈을 받는 용병이라지만, 한...
  • [경향의 눈]윤석열·한동훈의 기싸움을 왜 봐야 하나

    윤석열·한동훈의 기싸움을 왜 봐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폭탄주’와 ‘콜라’만큼 기질이나 스타일이 한참 다르다. 그래도 두 사람은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에서 만나 형님, 동생 하며 20년을 지냈다. 고락을 함께한 둘의 브로맨스가 얼마나 깊었던지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 대표를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법무장관으로 정권 2인자, 소통령으로 불렸다. 지금 보면 두 사람은 서로가 존경·존중하는 마음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라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틀에서 이해가 맞았던 것 같다.신의가 배신이 되는 건 순간이다. 이해관계가 틀어진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한 대표가 지난 1월 비상대책위원장 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국민 눈높이’를 꺼낸 게 발단이었다. ‘윤·한 1차 갈등’이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한 대표의 승리도, 한 대표의 폴더 인사를 받은 윤 대통령의 승리도 아니었다. 둘의 관계는 지금까지 돌이켜지지 않았다.윤 대통령은 ...
  • [경향의 눈]김건희 여사와 ‘진정성’

    김건희 여사와 ‘진정성’

    원래 이 주제로 칼럼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에서 나왔던 황당한 세 글자 ‘진정성’이란 말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지난달 12일 대통령실은 ‘세계 자살예방의날’인 이틀 전(10일),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를 도보로 순찰하는 사진에 비판이 잇따르자, “진정성을 봐주면 좋겠다”는 해명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진정성의 근거로 약자와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보는 꾸준히 할 예정이고,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비판이 쏟아진 지점은 약자와 소외계층을 돌보는 행보가 아니었다. 개선·조치·격려·당부와 같은 말, 일선 공무원들에게 지시하는 듯한 모습, 통치자의 태도였다. 이른바 ‘통치자 코스프레’의 불길함은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됐다. 대선 직전인 2022년 1월 공개된 ‘서울의소리’ 녹취록에서 김 여사는 ‘남편’이 아니라, “내가 정권 잡으면…”이란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총선을 앞둔 올 1월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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