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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의 눈]‘윤석열 이후’를 묻는 시민들에게
    ‘윤석열 이후’를 묻는 시민들에게

    치열한 대선 레이스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풀려나 활개 치며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한데 매우 불편하다. 내란 혐의를 받는 부하들은 구속 수감된 채 재판을 받는데, 정작 우두머리는 차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출퇴근하듯 오가며 법정에 선다. 파면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착각한다. 등 떠밀려 탈당하면서도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도 없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고도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처럼 개 끌고 산책하고, 영화 보러 다닌다. 울화가 치미는 것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자기중심적이고 비상식적인 지도자의 통치를 견디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배웠다. 그런 지도자가 다스리는 나라는 순식간에 망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야권 인사와 비판자를 ‘반국가 세력’ 취급하고, 나라를 사조직처럼 운영한 대통령이 권력을 어떻게 휘둘렀는지 보여줬다. 툭하면 격노하고,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검경...

    2025.05.21 20:56

  • [경향의 눈]국민의힘,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하다
    국민의힘,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하다

    지난 8일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공개 회동을 생중계로 보던 지인이 “참으로 진귀한 볼거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단일화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한덕수에게 김문수가 ‘어디서 나온 거냐’ ‘왜 입당하지 않는 거냐’고 하더라며 “김문수가 한덕수를 갖고 노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김덕수 단일화’를 약속하고도 입을 씻은 김문수이지만, 그보다는 대선에 무임승차하려는 한덕수의 기회주의적 처신이 훨씬 밉상이었던 모양이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다. 지인들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관련 속보가 속속 올라왔다. 그 뒤에는 어김없이 ‘한덕수가 제일 나쁜 X’라는 식의 반응이 이어졌다.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이슈는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거기에는 배신, 모략, 개연성 없는 반전, 돌연한 역할 전도와 같은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누군가는 욕하면서 왜 막장 드라마를 보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욕하려고 막장 드라마를 본다. 욕 나오는 상황이야말로 막장 드라마...

    2025.05.14 20:18

  • [경향의 눈]다 끝났다고? 아직은 아니야
    다 끝났다고? 아직은 아니야

    윤석열이 파면되기만 하면 달라질 거라고 믿었다. 착각이었다. 12·3 내란부터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기까지 123일 동안 불면의 밤을 버텨왔는데도 바뀐 게 없다. 탄핵의 ‘약발’은 며칠 가지 못했다.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윤석열은 일주일을 관저에서 뭉개더니 마치 환영식에 나온 개선장군처럼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사저로 돌아갔다. 주먹을 불끈 쥐고 지지자들을 향해 웃어 보이는 모습은 지난달 서울구치소 석방 장면을 빼다박았다.“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5년 하나 3년 하나…” 자신의 처지를 망각해도 유분수지 파면당한 내란 우두머리의 초현실적 ‘정신승리’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대체 누구를 이기고 돌아왔단 말인가. 더 기가 막힌 건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아니면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불법 계엄에 대한 일말의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피고인 자격으로 선 형사법정에서는 공소사실은 물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인정된 기본적 ...

    2025.04.16 20:03

  • [경향의 눈]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파의 노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평안함, 충일감을 찬미한 시다. 소설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가 은사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일부를 인용해 친숙하다. “시절은 봄/ 봄날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 중턱엔 이슬방울 진주 되어 맺히고/ 종달새는 높이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를 기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사물이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장소에 존재하는 평범한 상태가 실은 우주의 섭리가 드러나는 비범한 상태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언덕에 맺힌 이슬방울’ ‘높이 나는 종달새’ ‘가시나무 위를 기는 달팽이’와 같은 일상적인 일을 우주적인 사건으로 고양하는 건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건 평소 당연한 일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친 일상적인 것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하는 어떤 특별한 경험의 소산이기 쉽다.‘시인과 촌장’의 ‘풍경’은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

    2025.04.09 21:30

  • [경향의 눈]‘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각본대로 흘러갈 것 같던 ‘탄핵심판 드라마’가 예상을 살짝 비켜갔다. 구치소에서 ‘대통령직 파면’ 통보를 받을 줄 알았던 윤석열이 풀려났다. 구속 기간 산정 문제로 석방됐을 뿐인데도 내란 우두머리는 개선장군인 양 득의양양했다. 웃음기 띤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간간이 주먹을 불끈 쥐거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탄핵 반대 세력은 ‘왕의 귀환’이라며 반겼다. 윤석열은 석방 직후 낸 메시지를 통해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 결단”에 감사하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다 고초를 겪는 분들의 석방을 기원한다”고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결딴낸 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많은 시민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이 모습을 바라봤다.‘탄핵 드라마’의 얼개와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명료하다. 반전 요소가 중간중간 있을지언정 결국은 파면으로 결말 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자신의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 선포...

    2025.03.12 20:44

  • [경향의 눈]12·3 내란 심리부검
    12·3 내란 심리부검

    윤석열은 특유의 장광설로 가득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전시·사변에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방위사업법 개정 추진, 국방예산 삭감, 검사·감사원장 등 줄탄핵 시도를 근거로 들었다. 입법, 예산안 처리, 공직자 탄핵은 입법부 고유 권한이다. 윤석열 주장대로라면 모든 여소야대는 망국적 위기 상황이고, 계엄은 일상이 될 것이다. 윤석열이 국가적으로 비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대권을 휘둘렀다는 뜻이다.12·3 내란이 발생하고 석 달 넘게 지났지만 이 돌연한 난행의 심층 동기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혹자는 ‘명태균 게이트’가 방아쇠가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명씨 사건이 불거지기 6~7개월 전부터 윤석열이 비상대권을 입에 올린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한 가지 전제할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은 아닐지언정 윤석열 나름으로는 모종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으리라는 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비상계엄은 미치광이 권력...

    2025.03.05 20:57

  • [경향의 눈]언론 봉쇄한다고 명품백이 작은 파우치 되나
    언론 봉쇄한다고 명품백이 작은 파우치 되나

    12·3 내란의 밤, 윤석열이 경찰을 투입해 언론사를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하라고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시했다. 대상은 경향신문·한겨레·MBC·JTBC 등 언론사 4곳과 여론조사 꽃, 결행 시간은 ‘자정’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런 조치를 문건으로 전달받은 이상민은 포고령 발령 직후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 전화했고, 소방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차장은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지시를 하달했다. 검찰의 윤석열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비상계엄 소식에 여의도로 달려간 시민들,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한 야당 의원들이 아니었다면 윤석열은 국회를 장악한 뒤 비판 언론들을 마비시켰을 것이다. 이를 본보기 삼아 다른 언론사를 겁박했을 것이다. 무장 계엄군이 국회 본청을 헤집고 다니던 모습과 함께 한동안 박제될 기억이다.윤석열 계엄 포고문 세번째 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부정이다. 전두환 독재도 차마 언론...

    2025.02.05 21:18

  • [경향의 눈]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충격이 충격을 덮는, 각종 ‘초유’ 사태의 폭풍 속을 지나면서, 국민들이 가장 자주 마주하는 감정은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집단적 수치심을 안긴 충격적인 장면 몇 가지만 추린다.“84만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 2023년 12월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빙자해 열린 윤석열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의 생일잔치에 울려퍼진 축하곡이다.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윤비어천가’에 희희낙락했을 윤석열의 낯두꺼움에 국민들은 부끄럽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국회해산권이 존재했던 예전 군사정권 때의 계엄 예문을 그대로 필사했다. 나는 (이러한) 문구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해 바로잡지 못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김 전 장관이 계엄 포고령을 잘못 베껴 위헌적인...

    2025.01.22 21:10

  • [경향의 눈]윤석열 체포가 출발점이다
    윤석열 체포가 출발점이다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반복하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고 여겨진 한국에서 어떻게 다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12·3 친위쿠데타는 민주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으로 정치학자들이 연구할 만한 과제이다. 한 달여 지켜본 입장에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법 제도와 정치 환경의 문제 이전에 망상에 사로잡힌 지도자 개인의 독특한 성격 탓이 크다.김용현 공소장을 보면 윤석열은 평소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주사파” “노동계, 언론계, 이런 반국가세력” 척결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부정선거론에 대한 확신도 보였다. 김용현 같은 측근들은 객관적 조언을 하기보다 맞장구를 쳤다. 극우 유튜버 외에도 일부 주류언론이 이 견해에 동조하며 ‘종북·반국가세력’ ‘부정선거’ 담론을 만든 것도 오판을 불렀을 것이다. 윤석열은 반대파와의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외부 위협’을 과장하며 검찰과 경찰, 정보기관...

    2025.01.08 20:52

  • [경향의 눈]국민의힘은 왜 이럴까
    국민의힘은 왜 이럴까

    대통령 윤석열이 틈만 나면 ‘반국가세력’을 외쳐댔지만 계엄이 현실화할 줄은 몰랐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몇달 전부터 준비됐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가 계엄을 2시간 만에 해제하지 못했다면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했을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거나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식의 윤석열의 담화는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의 말이라고 치부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헌정 중단을 불러올 수 있던 내란을 막지 않고 윤석열 탄핵 후에도 방어에 급급한 국민의힘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국민의힘은 얼마나 갈 수 있을까.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2명만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대표는 친윤석열계에 의해 사실상 축출됐다. 이 와중에도 친윤계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보다 더 무서운 건 분열”이라고 했다.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도 거부했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

    2024.12.1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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