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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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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의 눈]내 손으로 나를 대체할 로봇을 훈련시키는 역설
    내 손으로 나를 대체할 로봇을 훈련시키는 역설

    장안의 화제가 됐던 드라마 <김부장>의 흥행 비결은 시원한 액션이다. 북파 공작조로 일했던 김부장(소지섭)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봉인됐던 ‘과거’를 풀고, 악당을 직접 단죄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다. 매회 몰아친 액션은 그야말로 만화에나 나올 법하다. 이를테면, 2회 과거 회상 장면에선 김부장 혼자서 총격전을 벌인 뒤 북한 대남 첩보총국장을 자신의 차에 태운 채 다리 위에서 강으로 추락한다. 이 장면은 아무리 ‘인간 병기’ 김부장이라 하더라도 비현실적이다.정작 소지섭은 이 장면을 찍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장면은 전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다. 제작사가 이 사실을 알려주기 전까지 시청자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드라마는 결말도, 시청률도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가 맞닥뜨릴 이야기는 서늘하다. 극중 액션 수위가 높아서 주연 배우가 대역 없이 연기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눈을 속인 AI가 마냥 감탄스럽진 않다. 여...

    2026.08.05 20:10

  • [경향의 눈]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그간 개헌을 말하지 않은 국회의장이 없지만, 우원식 전 의장은 특히 진심으로 느껴졌다. 39년 된 낡은 헌법에 손댈 곳은 많지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 강화 같은 여야가 동의하는 최소한의 내용으로 개헌안이 만들어졌다. 단계적 개헌은 현실적 선택이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개헌 저지선을 가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해 개헌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선거에 불리하다고 봤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했지만 똑부러지게 답하지 않았다고 이 대통령의 연임용 개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했다. 개헌안에 권력구조 개편은 없는데 한심한 소리를 하냐는 것으로 비쳤다. 게다가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연장 개헌은 현직 대통령에는 효력 없다’고 돼 있다. 이는 권력의 자기 연장 시도를...

    2026.07.29 20:44

  • [경향의 눈]우리 안의 허문오
    우리 안의 허문오

    국문과 교수인 허문오는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학생 이강의 글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빠져든다. 이강이 친구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그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허문오는 그 모호함 속에서 자신이 믿고 싶은 버전을 골라 믿는다.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에 등장하는 허문오가 이강의 글에 빠져든 과정을 보면 그는 단 한 번도 ‘이것이 사실인가’ 의심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가 작가로서의 열패감, 라이벌에 대한 오랜 질투심을 해소해주기에 계속 읽고, 믿는다. 그는 특별히 어리석거나 유별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이야기를 갈망했고, 그 갈망이 결국 판단력을 마비시켜 삶을 무너뜨린다.이는 평생 텍스트를 읽고 진위를 가리는 훈련을 해온 전문가조차 욕망 앞에서는 비평가의 눈을 닫아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확증편향이 무지의 문제가 아닌 욕망의 문제라는 뜻이다. 이를 사회 전...

    2026.07.22 20:02

  • [경향의 눈]발은 당원들에게, 눈높이는 국민에게
    발은 당원들에게, 눈높이는 국민에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얼마 전 “진정한 당원 주권 시대를 여는 것이 보수를 재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했다. 당원들 뜻을 내세워 사퇴론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자 정점식 원내대표는 “당원들의 뜻만으로 당을 운영할 수는 없다. 국민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했고, 장동혁은 “국민의힘은 ‘당원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고 반박했다. 장동혁의 당원주권론과 정점식의 국민정당론이 맞붙은 것이다.진보계열 정당에나 있을 법한 조직논쟁을 보수정당에서 보는 게 생경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 구도와 유사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민주당에선 정청래의 당원주권론과 김민석의 중도확장론이 맞서 있다. 장동혁이 표방한 ‘당원 주권 시대’ ‘당원 중심 정당’은 정청래 레퍼토리다. 의원들 세가 약한 정청래와 장동혁은 강성 당원들에게 기댄다는 공통점이 있다.이런 논쟁은 당심과 민심이 벌어질 때 시작된다. 정청래 대표 시절 민주당은 당원들 뜻에 따라 각종 개혁입법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6·3 지방...

    2026.07.15 20:05

  • [경향의 눈]왜 가해자의 무거운 외투를 벗겨줄 생각만 하는가
    왜 가해자의 무거운 외투를 벗겨줄 생각만 하는가

    이야기의 시작은 잘못된 ‘응원’이었다. 지난달 29일 배재고 야구부원들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특정 지역을 배제하는 선 넘은 응원에 호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을 일부러 끌어왔기에 더 그랬다.그런데 분노와 우려로 시작된 논쟁이 학교 밖으로 번지더니, 이내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 버렸다. 여기저기서 “그쯤 했으면 됐지 왜 용서하지 않느냐” “징계가 과하다”란 지적이 나왔다. 배재고 학생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게 근거였다. 배재고 앞이 진영 간 ‘화환 대결터’가 되고, 급기야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표현의 자유’까지 들고나오는 데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광주와 5·18을 비하했다’는 비판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배재고 사태는 학생들의 사과 방문과 광주일고의 선처 요청으로 일단 첫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볼썽사나운 어른들의 ‘전쟁’은 진행형...

    2026.07.08 20:04

  • [경향의 눈] 전쟁은 더 이상 해결 수단이 아니라는 교훈
    전쟁은 더 이상 해결 수단이 아니라는 교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집권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파괴돼 연료가 부족해진 상황을 거론한 것이지만 푸틴이 2022년 2월 전쟁 개시 후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푸틴은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것이다. 집권 후 2000년 2차 체첸전쟁을 마무리했고, 2008년 조지아와 친러 성향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 간 전쟁에 개입해 닷새 만에 이겼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도 속전속결로 진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면적 28배, 인구 4배, 국내총생산(GDP) 20배 차이인 우크라이나는 누가 봐도 게임이 안 되는 상대였다. 하지만 전쟁은 이미 4년4개월을 넘겼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 1568일보다 길다.러시아의 진격은 사실상 멈췄고, 점령했던 일부도 내줬다. 신병의 생존 기대 수명이 훈련소 입소 후 10일~3주...

    2026.07.01 20:08

  • [경향의 눈]‘참교육 시즌2’ 하겠다는 교육감 당선인께
    ‘참교육 시즌2’ 하겠다는 교육감 당선인께

    동급생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한 학생이 특전사 출신 교권보호국 감독관에게 호되게 맞는 장면을 보면서 ‘맞아도 싸지’라고 생각했다. “괴물은 괴물로 잡겠다”며 초법적 권력과 물리력을 동원해 가해자를 응징하는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런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책감을 동반하는 즐거움)도 잠시,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를 보기가 괴롭고 불편했다. 학교는 왜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무거운 의문이 몰려왔다.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들은 공교육 붕괴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참교육>이란 제목만큼이나 모순적 상황들 속에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도 혼란스럽다.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지만, 결국은 무법천지가 된 학교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하느냐는 숙제를 던진 것 같았다.오늘날 학교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공간이 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할 권위를 잃었다고 호소한다. 학생들은 경쟁과 불안에 시달린다. 학부모들은 ...

    2026.06.24 20:22

  • [경향의 눈]쟁점을 알 수 없는 여권 내부갈등
    쟁점을 알 수 없는 여권 내부갈등

    선거는 정당에 대한 평가의 장이자 새로운 평가 국면의 시작이다. 선거로 확인된 유권자들의 선호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6·3 지방선거 이후 여론 흐름도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50%대로 떨어졌다. 한 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2배가량 높았다. 그러나 최근 양당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일부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엉망이다. 민주당이 전보다 특별히 더 못한 것도 없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선관위 문제이지 여권 책임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론은 차갑게 식고 있다. 지방선거와 함께 허니문이 끝난 것이다.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개를 건졌다. 이긴다고 생각한 서울시장,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경남지사,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대구시장 선거에서 졌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경기 평택을, 부산 북갑을 국민의힘에 내주었다. 여당에선 ‘승리냐, 패배냐’는 논쟁이 일었다. 언론은...

    2026.06.17 20:08

  • [경향의 눈]여성들은 어떻게 ‘탁월한’ 피해자가 됐는가
    여성들은 어떻게 ‘탁월한’ 피해자가 됐는가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소셜미디어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순간 ‘지옥’ 문이 열린다. 누군가 가짜 계정을 만들고, 피해 여성인 척 친구 아버지에게 성적 콘텐츠를 보내거나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인간관계를 파탄내는 것이다. 계정을 차단하면 거친 숨소리만 내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알 길 없는 여성들은 공포에 떨다 일상이 부숴진다.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영국에서 사이버 스토커 매슈 하디가 수많은 여성을 상대로 수년 동안 벌인 범죄 행각의 일부다. 이 사건은 2022년 가디언의 시린 케일 기자가 최초로 보도했고, 넷플릭스 범죄 다큐멘터리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에서도 다뤄졌다.2011년부터 2021년 기소될 때까지 하디의 범죄 대상이 된 여성은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어떻게 오랜 세월 동안 법망을 피할 수 있었을까. 피해 여성들은 경찰을 찾아갔지만, ‘...

    2026.06.10 20:17

  • [경향의 눈]동맹과 멀어지는 트럼프
    동맹과 멀어지는 트럼프

    지난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끝났다. 국제 정치와 경제의 향배가 달린 ‘세기의 담판’이 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눈길을 끈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비되는 태도였다. 트럼프는 공손했고 시진핑은 대담했다.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런 질문을 하리란 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대답하지 못한 트럼프였다. 오히려 대만 무기 판매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고 했다. 대만은 졸지에 미국의 방어 대상이 아니라 거래 품목이 됐다.대만을 이렇게 취급하는 미국에 동맹·우방국들은 당혹스러웠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헤그세스는 “미국 방위 전략의 네 기둥 중 하나가 인도·태...

    2026.06.0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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