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첫 완역 동양철학자 기세춘씨 별세

선명수 기자
‘묵자’ 첫 완역 동양철학자 기세춘씨 별세

동양철학자 묵점 기세춘씨가 지난 6일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제자백가 중 한 명인 묵자(墨子)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한 학자로, 동양사상과 민주화·통일 운동을 접목시켜 민주화운동에 영향을 미친 재야 사상가였다.

1937년 전북 정읍에서 조선 중기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1527~1572)의 15대손으로 태어난 고인은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와 공무원을 거쳐 시인 신동엽이 편집주간으로 있던 ‘교육평론’에서 취재부장으로 일했다.

고인은 1963년 동학혁명연구회를 발족시켜 초대 회장을 맡았고, 당시 동학혁명연구회 학술위원장이었던 고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됐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 고인은 1992년 묵자를 완역한 책 <묵자-천하에 남이란 없다>를 펴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묵자를 완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민주화운동가인 고 문익환 목사와 이 책에 대해 주고받은 서신이 1994년 <예수와 묵자>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고인은 묵자학당을 만들어 강연했고, 여기서 배운 이들이 2009년 묵자학회(현 묵자연구회)를 창립했다.

고인은 1994년 신영복 교수와 함께 <중국역대시가선집> 4권을 냈고, 2002년에는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로 유가·묵가·도가·주역을 출간했다. 2007년엔 중국과 조선의 성리학을 정리한 <성리학 개론>과 <장자> 완역서를 펴냈다. 이후에도 <노자강의>(2008), <실학사상>(2012)을 출간하는 등 집필을 이어갔다. 고인은 작고하기 전까지 다산 정약용의 해석을 토대로 한 주역 해설서 출간을 준비 중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삼순씨와 아들 기검·기효선, 딸 기모란, 사위 이재영, 며느리 최경미씨 등이 있다. 빈소는 남대전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 오후 2시다. 장지는 대전시립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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