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명예 119구조견’ 된 백구, 계급장도 있어요

윤희일 선임기자

충청남도, ‘소방교’로 임명

논에 빠진 할머니 곁 지켜

열 감지 드론이 찾는 데 기여

첫 ‘명예 119구조견’ 된 백구, 계급장도 있어요

논에 빠진 할머니 곁을 40시간 동안 지켜 목숨을 구한 하얀색 개 ‘백구’(사진)가 전국 첫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됐다. 이 개에게는 소방교 계급장도 수여됐다.

충청남도는 6일 홍성소방서에서 반려견 백구를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했다. 특정 개가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4월 사람과 동물 등을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명예소방관 및 소방홍보대사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한 바 있다.

충남도는 “백구는 치매를 앓고 있는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어 논둑에 쓰러진 뒤 하루가 넘도록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할머니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해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25일 아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새벽에 일어나보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한 사람은 김씨의 딸 심금순씨(65)였다. 경찰은 인근 농장의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김씨가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지만 26일 오전까지도 찾지 못했다.

정밀 수색에 나선 경찰은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투입했다. 드론이 하늘을 떠다니면서 탐지를 이어가던 이날 오후 3시30분쯤 열화상 탐지용 드론이 보내준 영상에서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 김씨가 실종된 지 40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벼가 무성하게 자란 논 가장자리 물속에 김씨가 쓰러져 있었는데 열화상 탐지용 드론이 김씨 곁을 지키던 백구의 높은 체온을 감지해 낸 것이다. 당시 김씨는 물속에 있어서 체온이 크게 떨어져 생체 신호가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발견 당시 저체온증을 보인 김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

유기견이던 백구는 3년 전 큰 개에게 물려 어려움을 겪다가 김씨와 딸 심씨에 의해 구조됐다. 이후 백구는 김씨 가족과 함께 살아왔다. 김씨 가족은 이 개를 그냥 ‘백구’라고 불렀다. 백구가 이름인 셈이다. 백구는 유독 김씨를 잘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딸 심씨는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다”면서 “앞으로 더 잘해줘야겠다”고 말했다.

양 지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백구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우리 모두를 감동하게 했다”며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에 대한 충심이고 사랑을 넘어서 인간의 효(孝)와 다를 바 없다”고 칭찬했다.

한편 충남 홍성 역개방죽 일대에서는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숨진 의견(義犬) 설화가 전해져온다. 이로 인해 역개방죽 공원에는 ‘의견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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