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추는 날까지 우리의 연주는 계속됩니다”

강연주 기자

러 대사관 인근서 ‘평화 음악회’

이화여대 배일환 교수와 제자들

이화여대 음악과 교수와 학생들이 2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화여대 음악과 교수와 학생들이 2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관현악·국악과 교수·학생들 참여
우크라이나 상징색 마스크 쓰고
악천후 제외한 매일 낮 12시30분에

첼로와 민요에 평화의 염원 담아
정동길 같은 곳에서 릴레이 공연

21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정동길 한복판에 웅장한 첼로 소리가 울려퍼졌다.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합의 마스크를 쓴 4명의 연주자 주변으로 5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30분간 진행된 길거리 음악회를 마칠 무렵 공연을 주최한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관현악과 교수(57)가 청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일은 국악팀이 이 자리에서 공연을 합니다. 공연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배 교수의 발언이 끝나자 거리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배 교수와 3명의 제자들은 이날 점심시간에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이화여대 음대 교수와 학생들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악천후로 연주가 불가능한 날을 제외한 평일에 매일 같은 장소에서 릴레이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대사관 앞은 법적으로 시위는 물론이고 문화행사도 열 수 없어 관할 경찰서 허가를 받아 정동길에서 연주를 하게 됐다. 기약 없는 음악회를 시작한 배 교수의 바람은 하루빨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춰 공연이 중단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연주된 7곡 하나하나에 연주자들의 희망이 담겼다. 배 교수는 “초반에 연주한 빠르고 경쾌한 느낌의 곡, 뒤이어 연주한 곡 모두 전쟁에 대한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며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빠르게 종결되고, 서로를 배려하는 평화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주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음대 관현악과 4학년 이다영씨(23)는 “연주를 시작하고 난 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며 “무엇보다 시민들이 음악회 취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음악회의 뜻깊은 취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소진씨(23)는 “음악인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전쟁 중단 메시지를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씨(32)도 “종전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취지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김모씨(52)는 “이들의 선의가 우크라이나 종전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에도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길거리 음악회는 이화여대 음대 관현악과·국악과 교수와 학생 20여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2주일치 일정이 빼곡히 차 있다. 공연 장르는 날마다 다르다. 22일에는 경기 민요를 비롯한 국악이, 23일에는 첼로 사중주가, 24일에는 해금과 첼로 합주가 예정돼 있다. 개전 이후 러시아대사관 주변에서 전쟁 종식의 염원을 담은 춧불집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지만 음악을 곁들인 문화행사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배 교수는 전쟁이 멈추는 날까지 음악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했다. “저희의 연주회는 ‘꾸준히 한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한두 번의 음악회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의미가 다르니까요.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저희의 의도가 더 널리 알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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