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80대 노인…‘찾아가는 검정고시’로 학업의 열매

김태훈 기자

서울시교육청, 자택 시험 등 ‘편의’

이송이씨·함동호씨 등 ‘초졸’ 합격

이송이씨, 함동호씨

이송이씨, 함동호씨

“뿌듯하죠. 장애인을 위한 검정고시 학원이 가까이에 없어서 집에서 공부해야 했지만 앞으로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도 도전해서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거동이 어려운 중증 지체장애인 이송이씨(30)는 10일 초졸 검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발표한 2022년도 제1회 초·중·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명단에 이씨의 이름도 당당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씨는 근육이 위축되는 병 때문에 일상생활 대부분을 주로 집 안에서 해결했고, 검정고시 시험을 보러 고사장까지 가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서울시교육청이 ‘찾아가는 검정고시’ 서비스를 통해 이씨의 집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도운 덕분에 응시는 물론 합격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이씨는 서울시 주민이 아니면서도 ‘찾아가는 검정고시’를 이용한 첫 번째 응시자이자 합격자다. 이씨처럼 고사장까지 이동이 어려운 중증 지체장애인 응시자들은 선정위원회를 통해 자택 혹은 본인 이용 복지관을 고사장으로 별도 운영하기로 결정되면 보다 간편하게 시험에 임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올해 제1회 검정고시에는 응시자 4193명 중 3754명이 합격해 89.5%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최고령 합격자는 주민등록 연령 기준 82세인 함동호씨다. ‘호적 나이’보다 실제 나이는 세 살 더 많아 올해 85세라는 그는 “8·15 광복 직전에 일본인 선생이 가르치는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죄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서 학교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후 한 차례 더 초등학교를 다닐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분유가루를 몰래 훔쳐먹다 걸려 퇴학 처분을 당했다.

함씨는 “지난해 첫 시험을 봤을 때는 떨어졌는데 이번에 합격을 해서 검정고시 공부를 권유한 친구와 선생님을 볼 면목이 생겼다”며 웃었다. 그는 “수학이 제일 어려워서 중학교 1학년 과정에 들어갈 준비를 미리 하고 있다”며 중·고졸 검정고시에도 계속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 코로나19 재택치료 확진자 40명 중 37명이 합격했다. 합격자는 합격·성적·과목합격증명서를 서울시교육청 ‘홈에듀민원서비스’나 민원실, 초·중·고교 행정실 등에서 발급받을 수 있고, 이날과 11일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을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해 교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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