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 영화로 만드는 김보람 감독

이진주 기자
김보람 감독은 “제 영화는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여성의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들의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관심이 작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한국영화제에 참가한 김보람 감독. 런던한국영화제 제공

김보람 감독은 “제 영화는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여성의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들의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관심이 작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한국영화제에 참가한 김보람 감독. 런던한국영화제 제공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딸과 딸의 병에 무력한 엄마가 10년 뒤 다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모녀관계의 갈등 원인과 섭식장애의 내력을 찾아간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이야기다.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탐구해온 김보람 감독(36)이 연출한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실제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딸과 엄마를 섭외해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김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오는 24일 개막하는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박남옥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7일 전화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작과정에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 열정에 비해 보상이랄게 없는데 이번 수상으로 큰 보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남옥상은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1923년~2017년)을 기리는 상이다. 여성 감독으로서의 활동과 삶, 작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임순례·박찬옥·장혜영·임선애 감독 등이 이 상을 받았다.

김 감독에게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박남옥 감독은 돌쟁이 아이를 업고 영화를 찍은 신화적 인물이에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편집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서인지 박 감독이 아이를 돌보며 영화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당시의 절실한 상황이 피부에 와 닿았어요.”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한 장면.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한 장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 감독은 졸업 후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작가로 일하며 영화판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7년 첫 장편 연출작 <피의 연대기>로 데뷔했다. ‘생리 탐구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여성들조차 모르고 있던 ‘월경에 관한 이야기’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는 크고 작은 질병을 앓는 여성들이 매번 등장한다. 단편 <자매들의 밤>에서는 큰 언니가 이명을 앓고 있고, <내 코가 석재>에서는 주인공이 비염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김 감독이 준비 중인 차기작 시나리오도 알 수 없는 잔병을 달고 사는 남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출산 후 경험한 산후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도 작품으로 풀어내 볼 생각이다.

김 감독은 “제 영화는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여성의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들의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관심이 작품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글로 쓰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이 즐겁다면서도 독립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로서의 고민도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독립 영화에 대한 지원이 달라져 창작자들이 다음 작품을 기획하는 것이 어렵다”며 “독립 창작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상업적 가치가 없더라도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독립 영화는 사회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제작 환경에도 영화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관객은 물론 제 삶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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