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부동산’ 공약 쏟아낸 이재명의 수도권 총력전 “내로남불 반성한다”

박홍두·탁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 대선후보가 24일 경기도 이천시 이천중앙로문화의거리에서 열린 ‘메타버스, 이천 민심 속으로’ 행사에 참석,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 대선후보가 24일 경기도 이천시 이천중앙로문화의거리에서 열린 ‘메타버스, 이천 민심 속으로’ 행사에 참석,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4일 서울과 경기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의 추가 건설과 분당·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는 경기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악화된 부동산 민심의 진원지이자 역대 대선 최대 승부처로 전국 표심을 견인해온 수도권 지역에 교통·부동산 중심의 선물세트식 지역 공약을 쏟아내며 집중 공략했다. 하락세인 지지율을 수도권에서부터 반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경기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는 사과의 말씀을 겸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치로 보답드리겠다는 각오를 표현할까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기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큰절을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에 ‘내로남불’이란 이름으로 질책하시기도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저희가 잘못한 게 많지만 과연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지, 다시 과거로 회귀할지 국민의 판단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장 큰 수도권에서 바짝 몸을 낮추며 반성부터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부터 7일 간 수도권을 도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지역을 위한 맞춤형 공약을 쏟아냈다. 서울과의 접근성을 평균 30분대로 높이는 GTX 노선의 신규 건설이 대표적이다. 현재 추진 중인 GTX-A는 동탄에서 평택으로, GTX-C 노선은 북부는 동두천까지, 남부는 병점·오산·평택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GTX-D는 김포~부천에서 강남~하남까지 연결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인천과 포천 등을 잇는 GTX-E와 파주와 여주 등을 잇는 GTX-F 노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를 ‘GTX 플러스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이 후보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경기 지역 연장, 경부고속도로 경기도 구간의 지하화, 경기 남부 신공항 건설 등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으로 현 정부가 부정적이었던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규제 완화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분당, 산본, 일산, 중동, 평촌 등 1기 신도시에 용적률이 500%까지 허용되는 4종 일반주거지역을 적용하고 인허가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리모델링은 세대수 증가와 수직증축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중대형 아파트의 세대 구분 리모델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경기 남부권의 첨단산업·반도체 허브화, 경기 북부권의 평화경제 기반 확충, 경기 동부권의 광역교통망 확충 등 지역별 도시 비전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GTX 플러스 프로젝트로 인해 수도권 과밀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의 불편을 방치해야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교통편의 시설 확충에 따라 집값이 오르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다시 집중되지 않도록 지방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분산하게 하고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양평 라온마당에서 한 연설에서 대장동 의혹을 두고 “수년을 싸워 악착같이 성남시민의 이익을 챙겨줬더니, 그걸 뺏어 먹으려고 하던 집단이 ‘너 왜 다 못 빼앗았어’라며 저를 비난한다”며 “얼마나 억울한지 정말 피를 토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적떼들이 훔친 물건을 동네 머슴 몇이 가서 도로 빼앗아 왔는데, 손이 작아 다는 못 빼앗았다. 도둑들이 변장하고 나타나 ‘저걸 남겨뒀더라. 머슴 한 사람이 하나 집어먹었다더라. 이재명이 나쁜 놈’이라고 한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시장으로 일했던 성남시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이곳이 이재명과 그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다.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며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제가 탈출한 웅덩이 속에서 좌절하고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형·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다. 제가 잘못했다. 이제 이런 문제로 우리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했다.

이 자리에는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5일 광주 동행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이재명 후보를 틀림없이 지지해달라는 부탁을 드리러 왔다”며 “이재명 동지의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이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경륜 높고 유능하고 대단한 선배 정치인”이라며 “이낙연 대표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공약 대부분이 교통·부동산 공약에 집중된 것은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최대 분수령이 될 설 연휴 전에 수도권 표심에 호소해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 전국 311만호 주택 공급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를 “부인할 수 없는 정책 실패”라고 재차 규정했다. 이 후보의 수도권 행보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당 관계자는 “매일 지역별 맞춤형 공약을 통해 민생·비전을 보여주는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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