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시민들 볼모로 잡지 말라” 장애인 단체와 전면전…‘또 갈라치기’ 비판도

조문희 기자
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장애인 단체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지하철 발차를 막는 장애인 단체의 시위 방식으로 시민 일반에 교통 불편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이 의아하다”고도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성별 갈등을 이용·조장한다고 비판받았던 이 대표가 이번엔 장애인 대상으로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하는 시위가 어떤 시위인지 사람들이 알아갈 수록 단체가 지향하는 바는 이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장연에 대해 “작년에 국회 앞에서는 연막탄까지 터뜨리시다가 이제 지하철에서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넣어서 발차를 막는 방식에 의존하신다”면서 “28일 또다시 지하철에서 시위를 예고하셨던데, 혹시라도 연막탄은 쓰지 마시길”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공격적 발화는 25일부터 시작됐다. 전장연이 한동안 중단했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24일 재개한 직후 시점이다. 그는 당일 SNS에서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의 개입을 요구했다. 26일엔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2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전장연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성별, 지역, 이념의 갈등과 혐오를 조장한 데 이어 또다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갈등은 정치권이 이용할 소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업이다. 사회를 개선하려는 목소리가 시민과 시민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을 비롯한 회견 참가자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마저 정치적 정파문제로 갈라치기 위한 발언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SNS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의 문제를 두고 여야를 갈라내려면 제가 그 책임이 어디 있는지 분명히 말씀드리겠다. 21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가) 장애인을 차별했다”며 “장애인이 리프트에 떨어져 죽어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책임있다며 사과한 적 한번도 없었고, 그것은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시장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특정 정파를 골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에 시위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누구보다 이동권의 중요성을 느끼는 당사자로서 저도 공감을 하고 있고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이동권 시위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첫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서로의 입장이 다른 부분을 잘 조율하고 다듬어가야 할 정치권이 부끄러운 모습 보이는 것을 관찰하게 됐다”며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끄러움에 대해서 사과 드리려고 (시위에) 간다”고 했다. 전장연은 내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위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은 이 사안에 있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하는 것이 방법으로 부적절하다고 당연히 지적할 수 있지, 그게 왜 갈라치기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대선 과정에서 2030 남성 표심에 집중한 행보를 보였다. 20·30대 남성들의 표심을 얻으면 부모 세대인 50대~70대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는 이른바 ‘세대 포위론’도 설파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4050을 위아래 세대로 둘러싼다는 의미이다. 이 대표와 지난 1월 ‘원팀’ 선언 후 나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공약을 SNS 등에 짧은 글귀로 연이어 내놨다.

하지만 청년 남성 중심의 정책이 외려 갈라치기로 작용해 여성들의 표심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실제 최대 부동층이던 20대 여성이 대선날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막판 결집하는 일도 벌어졌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의 표 차이는 10%포인트까지 내다보던 당내 풍문과 달리 역대 최소 득표율 격차(0.73%포인트)였다.

이준석, “시민들 볼모로 잡지 말라” 장애인 단체와 전면전…‘또 갈라치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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