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30일 여야가 ‘조어(造語)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등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조어 다툼이 치열했다면, 지방선거에서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조어가 주로 눈에 띈다.
최대 격전지인 경기지사에서는 “경기도망지사” 대 “말꾼”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측에서 전임 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경기 분당갑이 아닌 인천 계양을로 도망갔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경기도망지사”라는 조어를 만들었다.
김동연 민주당 후보 측에서는 “일꾼 대 말꾼”으로 맞서고 있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던 김 후보에 비해 자신은 34년간 공직 생활을 한 ‘일꾼’이라는 것이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는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후보를 추격하는 위치에 있는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측에서 주로 네거티브 조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5년 대 25일”이 대표적이다. 자신은 계양을에서 25년간 내과를 운영해온 지역 토박이인 반면 이 후보는 계양에 온지 25일이 됐다는 것이다. “계양이 호구냐”도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조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윤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요즘 ‘계양이 호구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계양에 어떠한 연고도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이리로 왔다. 민주당은 계양구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가짜 계양사람”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윤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목동에서 계양으로 집주소를 옮긴 사실을 두고 “실상은 본인이 ‘21일’에 불과한 ‘가짜 계양사람’”(김남준 대변인)이라고 역공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는)잠은 목동 가서 주무시고, 자식들 학교도 목동으로 보냈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계양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장에서는 “겉멋시장” 대 “실패한 인천시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 측에서는 “오세훈 시장님은 겉멋을 중시하는 스타일리스트라면 저는 삶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일하는 시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송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 후보는 전시행정의 달인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오 후보 측에서는 “실패한 인천시장” “급조된 서울전문가”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김병관 민주당 분당갑 후보 측에서는 아예 선거 캠페인을 “철새 정치 끝냅시다”로 잡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국민의힘 등 당적을 계속 옮기고, 노원병 지역구도 버렸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기는 후보 쪽에서는 네거티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조어 전쟁이 뜨겁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등록된 조어의 뜻을 보면, 이재명 후보의 이름을 딴 ‘재명하다’는 “겉으로는 인자하고 너그러워 보이지만, 속은 얍삽하고 오만하다”고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딴 ‘석렬하다’는 “망칠 것을 예상했었으나 정작 망친 뒤 애석함을 담아 평가하는 말”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