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전반전 명암 가를 지방선거, 초반 국정동력 바로미터

유정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윤석열 정부 전반전의 명암을 가를 6·1 지방선거가 31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초반 국정동력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여당이 큰 폭으로 승리할 경우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 권력을 쥐면서 국정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승리폭이 작거나 패배하면 입법부와 지방정부 양쪽에서 거대 야당의 맹공을 감당해야 한다. 취임 직후에 받아드는 민심의 성적표라는 면에서도 상징성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최대 축제이지만 이번엔 중앙 정치에 던지는 함의가 압도적으로 부각돼 있다. 윤 대통령 취임 22일 만이라는 시기, 전국단위 선거라는 규모, 초접전 대선의 영향권이라는 상황 등 세 박자가 맞물린 결과다. 거대 양당이 ‘대선 연장전’ 프레임을 경쟁적으로 부각한 것도 이 같은 구도를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여권은 이번 지방선거를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여기엔 지방선거 승리를 ‘정권교체의 완결판’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이 정권교체의 전반전이라면 지방선거는 정권교체의 후반전이다. 정권교체를 완성하자”고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를 극복하고 마음껏 일하기 위해선 지방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경우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 ‘윤석열표’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통치 여건은 좋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역대 가장 적은 격차(0.73%포인트차)로 승리한 데다, 입법부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여소야대다. 지방권력의 무게추가 여권으로 기울면 중앙정부의 국정 어젠다를 지방정부로 확산해 실현에 나설 힘을 확보할 수 있다. ‘역대 최소격차’라는 지난 대선 승리의 한계를 지방선거 압승으로 덮으면서 민심을 기반으로 거대 야당을 압박할 길도 열리게 된다.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으로 논란을 빚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등 예민한 과제들을 지방선거 뒤로 미뤄둔 상태다. 승리할 경우엔 정부조직법 개정안,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야당과 충돌이 예상되는 국정 과제 실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지방선거를 ‘정권교체 후반전’으로 규정하는 것은 역으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은 취임 한달도 못돼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기로에 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과제를 두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에겐 국정 견제 세력으로서 거센 공세를 펼 명분이 생기는 만큼 입법부 상황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소수여당 대 지방정부·거대야당이라는 대결 구도에서 윤 대통령의 어젠다가 표류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한쪽이 완패할 경우엔 정국 혼란도 국정 운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에서 제안한 야당 지도부와 대통령의 회동(일명 ‘영수회담’)도 지방선거 후폭풍에 따라 주제와 일정이 모두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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