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목소리 내는 박지원의 ‘귀환’···민주당에서 심상치 않게 보는 이유?

박홍두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임 백 홈(I‘m back home·내가 집에 돌아왔다).”

국가정보원장직을 퇴임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정치권으로 돌아와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6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하겠다고 선언한 뒤 야권을 향해 “내분으로 매일 싸우면 (선거에서) 4연패를 할 것”이라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박 전 원장은 복당하더라도 “2선에서 돕겠다”고 했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그의 등장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은 12일 KBS 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일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여서 매일 싸우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 전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것에 대해 “현재 비대위원장 카드로는 우상호 위원장이 최적임자”라며 “전당대회를 무사히 잘 치러서 진짜 국민의 기대와 당원들의 기대를 충족할 좋은 당대표를 만들어내는 역할이 가장 크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여론조사를 보면 이 의원이 1등으로 나온다. 민심도 조금 가지고 있지 않으냐 하는 것도 있다”면서도 “지난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따지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국민이 안다. 그래서 당권 도전은 이 의원이 민심과 당심을 잘 살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선·지방선거 과정에서 분출했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그룹 용퇴론’과 관련해선 “그분들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 집단으로 ‘86세대는 나가야 된다’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선거 과정에서 그런 말씀들을 하신 것이 여러 패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의 정치인·기업인·언론인 등의 존안 자료인 ‘ X파일’을 자신이 폐기하지 못하고 나왔다고 말해 국민의힘과 국정원 측이 공개 반발하자 지난 11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가 몸담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앞으로는 공개 발언 시 더 유의하겠다”면서 사과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이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 현안에 자신의 평가와 조언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민주당과 현실 정치로의 복귀로 해석된다. 박 전 원장이 지난 10일 CBS라디오에서 “정치는 생물이고 저는 정치의 물에 사는 물고기다. 멈추면 죽고, 정치를 떠나서 살 수는 없다”며 6년 만에 민주당 복당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박 전 원장은 2016년 1월 당시 주류였던 친문재인계와의 갈등 끝에 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던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20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했다. 이후 2018년 국민의당을 탈당한 뒤엔 2020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일했다.

민주당 내에선 박 전 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 등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적지 않다. 광주에서 유례없이 낮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난 터라 대표적인 호남 정치인인 박 전 원장의 복귀가 호남 민심을 추동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기류도 있다. 그의 전당대회 출마설을 제기하는 쪽도 있지만 박 전 원장은 일단 “2선에서 돕겠다”며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박 전 원장이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만큼 계파갈등이 첨예한 전당대회 정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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