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 강력 경고한 우상호…‘유능한 민생정당’과 ‘강력한 야당’ 목표

박광연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겉은 민주당인데 속은 한나라당(국민의힘)이라는 뜻의 ‘수박’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히 안놔두겠다”고 말했다. 인신공격성 모습을 띄는 당내 계파갈등을 강력히 조정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우 위원장은 2개월 남짓 활동할 비대위의 지향점으로 ‘유능한 민생 정당’과 ‘강력한 야당’을 제시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히 안둘 것”이라며 “심지어 우리 당 대표를 하신 분들에게 수박이라고 하는 분이 계신데 자기 모멸 아닌가”라고 말했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 지지층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을 비난할 때 쓰는 은어다. 최근 ‘수박’과 팬덤 정치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선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에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우 위원장은 “앞으로 민주당의 여러 제도, 정책, 노선과 비전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생각”이라며 “빠른 시간 내에 계파갈등을 건강한 토론과 논쟁으로 전환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당내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비대위가 추진할 첫번째 목표로 ‘유능한 민생정당’을 내걸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것, 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하는 민생정당이 돼야 한다”며 “작은 민생 문제에서라도 성과를 내는 유능함을 보여줬을 때 다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 대응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한심해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가뭄 장기화, 물가 급등 문제를 거론하며 “지금 손흥민하고 사진 찍을 때인가”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또 “실력으로 승부하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 위원장은 “정권의 잘못에 대해선 정말 과감하고 강력한 견제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강력한 야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 고민은 국회의원들의 실력을 키워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보인 실수와 허술한 검증 태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 위원장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을 ‘꼼수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에게 ‘복당을 요청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없다”라며 “검수완박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제소된 안건이라 헌재 판결이 내려지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우 위원장은 남은 2명의 비대위원 선임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최우선 작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서난이 전북도의원 당선자(36)를 비대위원으로 위촉했다. 민주당은 “2014년 전주시의회 최연소 의원으로 등단해 재선 의원을 지냈다”며 “앞으로 호남과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비대위 주요 과제인 전당대회 준비와 관련해 “8월말 예정된 일정 변경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일각의 ‘조기 개최’ 주장에 선을 그었다. 전당대회 선거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 등 규칙을 바꾸자는 논의에 대해선 “비대위원장이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보다는 전준위가 만들어지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우 위원장은 대선·지방선거 패배 평가 작업의 경우 “평가를 실천할 시간적 여유가 비대위에 있지 않다”며 “다음 지도부가 당을 이끌어나가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칫 ‘이재명 책임론’ 등이 불거지며 당내 분열을 격화시킬 수 있는 선거 평가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존속 기간이 2개월여에 불과한 ‘우상호 비대위’의 활동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 위원장은 “2개월 안에 다 할 수는 없지만 일정하게 토대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한다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은 재탄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난한 비대위가 전대 관리형 비대위로 두달을 무난히 보낸다면 낭패”라며 “계파청산과 대의원 특권 폐지 등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위해 민주당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석 의원도 SNS에 “내부 토론의 긴장을 피하는 쫄보심장으론 혁신을 못한다”며 “비대위 주관의 대선·지방선거 평가와 토론의 전면 실시간 공개를 거듭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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