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박’ 논쟁…팬덤정치 놓고 계파 갈등 격화

박광연 기자

친명·비명 설전…우상호 비대위원장 “수박 단어 쓰면 가만 안 둬” 경고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 하십니다.”(이원욱 의원), “조롱과 비아냥으로는 건강한 지지 문화를 만들지 못합니다.”(김남국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수박’ 논쟁에 휩싸였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이재명 의원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을 겨냥한 은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박이란 단어를 못 쓰게 하겠다”며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분열은 엄격히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논쟁은 지난 10일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수박 정말 맛있네요. 함께하고 계신 분들이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고 하십니다”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 직후 ‘이재명 책임론’과 팬덤정치와 거리 두기를 주장해왔다.

다음날(11일) 친이재명(친명)계 핵심인 김남국 의원이 SNS에 “조롱글로 지지자들을 화나게 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같은 날 SNS에 “이재명 의원 강성지지자들께서 제게 수박이라 하시니 필요하면 시원한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정치훌리건 행태는 중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이라며 “누가 정치훌리건 편을 드나. 이른바 친명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소속된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도 11일 SNS에 “사무실 복합기가 고장나 문서를 출력할 수 없었다”며 “ ‘이낙연과 수박들 나가라’같이 저주를 담은 문서들이 날아든 탓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반성을 뭉개려는 것임을 안다”고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SNS에 비이재명(비명)계를 향해 “계파정치로 ‘파벌정치’를 해왔던 분들이, 계파정치로 피해 본 사람들에게 계파를 해체하라고 하면 이상한 말처럼 들리지 않을까 싶다”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SNS에 “동료 의원들은 처럼회를 이재명 지지 의원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처럼회 누구도 훌리건들 행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인 이인영 의원도 SNS에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이낙연계·정세균계 모임이 해산했다니 여타 모임들도 그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며 “분파주의나 극단적 팬덤을 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계·이낙연계·정세균계·86그룹이 당권 투쟁을 본격 시작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의원이 강성 지지층에게 과격한 팬덤 행위 자제를 촉구했지만, 각 계파는 팬덤 정치를 화두로 키워 다투는 양상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맞춰 계파 목소리를 키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출마했던 이광재 전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 모두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라며 “당 단합과 쇄신, 세대교체의 좋은 시그널(신호)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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