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통일 독일, 동독 서기장 재판정 세워…인권문제로 북 압박해야”

문광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통일 독일은 동독 서기장까지 재판정에 세웠다”며 북한주민 인권 문제를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징후를 보이는 등 강대강 원칙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 중 하나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북한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협조할 것을 더불어민주당에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 제언 대토론회’에서 “동독에서 일어난 수많은 인권 유린에 대해 통일 이후에도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게 됐다. 북한 인권 유린 사태도 잘 정리하고 통일 이후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동독 서기장은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서기장이다.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1992년 병 보석으로 석방됐다. 후임인 에곤 크렌츠 전 서기장 겸 국무회의 주석은 독일 통일 이후인 1997년 베를린 장벽 등 국경 월경자 사살 명령을 내린 혐의 등으로 징역 6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대북 관계에서 인권 문제를 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중요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긴 터널을 지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 달라지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며 “인권 문제야말로 하나의 중요한 지렛대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인권은 외교의 중요한 무기”라며 “우리가 도덕적 정당성, 체제의 우위성을 담보하는 가장 좋은 요소 중 하나는 인권에 대한 우위”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토론회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권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민주당은 지난 5년 자신들이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직무유기”라며 “민주당이 결단만 하면 재단을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 정권이 얼마나 비겁하냐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표결에 부치지만 계속 기권했다”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결의안에 찬성하면 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국민을 속여왔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북한 주민들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빨리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켜 북한주민들이 인권을 침해받는 참상과 실태를 자세히 조사해 국제사회와 함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9월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치하도록 돼있는 정부기구지만 여야가 이사 추천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6년째 출범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북한 인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적극적인 정당 외교 추진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는 등 정당 외교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지금까지 보수정권이 담대하게 패기있게 하지 못했던 시도들을 많이 할 것”이라며 “보수가 지금까지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과정 중에서 그들의 체제를 오히려 과대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러 정책을 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태 의원을 국제위원장으로 임명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관건은 당정이 얼마나 일치된 목소리를 내느냐다. 정부는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석열계인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가 반박하면서 당 내홍으로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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