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이준석, 친윤석열계 정점식 의원 최고위원 임명 두고 다시 격돌

친윤계와 연대 원하는 안철수는 추천

친윤계 ‘혁신위 반대’ 싫은 이준석은 비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18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선언 후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한 최고위원에 대해 재고를 요청했다. 안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중엔 검찰 출신으로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 안 의원이 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한 것도, 이 대표가 굳이 자당 의원을 추천한다는데 거부한 것도 이례적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안착을 위해 친윤계의 지원이 필요한 안 의원과 당 지도부 내 친윤계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이 대표의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직자 월례조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2명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기호 사무총장이 각자의 채널을 통해 최고위원회에 있던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며 “안 의원에게 추천을 재고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 4월 통합하면서 당 지도부에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2명을 추가하기로 했고,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의원은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바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점이 문제가 됐다. 이 대표는 정 의원에 대해선 “국민의당 당직 기회를 여는 취지인데, 추천된 인사가 국민의당 출신이 아니라 우리 당 출신이라 의도가 왜곡된다”고 설명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당내에선 정 의원에 대한 안 의원의 추천과 이 대표의 비토 모두 친윤계와의 관계 설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내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면 친윤계와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 의원이 국회 입성 후 첫 행보로 인수위원회 백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현 정권 출범에 대한 자신의 기여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로,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가교 역할도 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안 의원 추천으로 최고위원이 되면 그 분의 뜻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최고위원 추천은 당 통합의 조건이었고, 추천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두 달동안 통과를 안시키고 있다가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평가와 감별을 하나”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띄운 혁신위원회에 반발할 것이 확실한 친윤계 인사가 추가로 최고위원에 오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국민의당 출신이 아니란 명분으로 정 의원을 비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도 혁신위를 둘러싼 이 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은 계속됐다. 친윤계인 배현진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혁신위는 이 대표의 사조직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자신 몫의 혁신위원을 추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