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모으는’ 여당, ‘계파 해체’ 외치는 야당···‘민들레·수박전쟁’에서 보는 계파정치의 그늘

박홍두·조미덥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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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계파정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들레전쟁’ ‘수박전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계파 결집·해체 논란을 놓고 연일 치열한 내부 견제·설전을 벌이면서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계파정치를 탈피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다음 총선 등을 바라보고 계파별로 당권 장악 시나리오를 가동한 것이다. 그 사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은 미뤄지고 민생현안 역시 뒤로 제쳐진 모습이다. 선거에 이기거나 진 쪽을 막론하고 계파갈등의 늪에 빠져 민심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2022년 6월 여의도 정치권의 초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잇따라 치른 여야는 최근 계파정치가 한창이다. 각각 계파결집과 계파해체로 행보가 엇갈리지만 모두 계파를 통해 당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 점은 같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강한 대통령의 힘을 구심으로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는 ‘계파 본색’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당내 모임으로 출범하려던 ‘민들레’(민심들어볼래) 모임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 측근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함께 일한 장제원·이용호·이철규 의원 등이 주축이 돼 결성하려던 모임이었지만 곧바로 당내에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만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계파를 확대해 여권 내 세력화를 도모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친윤석열계 맏형격인 정진석 의원은 “개소리” “나쁜 술수” “적반하장” “추태”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얼굴을 붉혔다.

민들레 모임의 공식 출범이 당내 지적에 따른 부담감에 속도조절에 들어가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하지만 당내에선 계파결집·확대 시도를 심상치않게 보고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 당내 주류인 친박근혜계가 ‘진박’(진짜 친박),‘찐박’(찐한 친박), ‘뼈박’(뼛속까지 친박), ‘옹박’(박근혜 옹위부대) 등 신조어로 대표되는 충성 경쟁을 벌이면서 국회 본연의 기능인 정부 견제를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게 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던 전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친박 대 비박의 계파 갈등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당이 쪼개지는 결과로 귀결됐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차기 당권과 총선을 앞두고 친윤 대 비윤 구도의 계파 정치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 연패를 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주류 계파 간 충돌이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선거 패배의 책임론과 오는 8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놓고 당내 계파들이 첨예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대선 전후 신주류로 떠오른 친이재명(친명)계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했고, 구주류인 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이재명(비명)계에서는 이 의원의 책임론을 추궁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비명계인 정세균계와 이낙연계 의원들이 계파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이들은 “선거 패배 책임 논쟁이 계파갈등으로 비춰지고 당 쇄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해체 이유를 설명했지만 친명계 의원 일부는 “친명계 압박용”이라고 맞받았다.

여기에 ‘수박논쟁’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재명 의원 측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을 겉과 속이 다르다고 폄훼하는 은어인 ‘수박’을 놓고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친명계 김남국 의원이 온라인상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자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박 단어 쓰는 분들은 가만 안두겠다”고 질타하며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비대위의 주요 임무가 ‘계파싸움 말리기’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에선 친명계와 비명계뿐 아니라 정책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민주주의 4.0’, ‘더좋은미래’, ‘처럼회’ 등 모임도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상민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에서 “이미 계파모임으로 작용을 하고 공부 모임인 것처럼 둔갑했는데, 실질은 계파 아닌가.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우리 당이 ‘성주들의 연합’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계파정치의 효용도 있지만 그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정책실현 등을 목적으로 한 계파·정파 활동은 필요하지만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온 계파정치는 한 계파가 다른 계파를 압도하고 힘 있는 계파에 줄서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민생현안 등이 뒤로 밀리는 것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우리 정치는 힘 있는 권력에 대한 줄서기식 계파정치만 집중해온 역사가 많았고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라며 “계파정치 때문에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계파의 리더들이 리더십을 보여서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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