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대책에 MB 소환한 민주당···“부자 감세” 외치며 ‘야당 정체성’ 키우기

박광연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법인세 감면 등이 담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뜬금없고 과거회귀형”이라며 이명박(MB) 정부를 집중 소환했다. MB 정부에서 동일하게 추진한 법인세 인하가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현 정부의 경제 대책을 문제삼은 것이다. 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1야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해법이 부자감세와 규제완화인가”라며 “좀 뜬금없고 과거회귀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전날 발표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현 상황에 대한 비상한 위기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 대책을 중점 거론하며 MB 정부의 실패를 답습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도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투자는 감소했고 고용은 늘지 않았다”며 “법인세 인하에 따른 37조2000억원의 감세액 중 28조원 가량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돌아가며 기업들 간 빈익빈 부익부만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당내 ‘경제통’ 의원인 이용우 비대위원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낮추며 상장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326조원에서 2014년 845조원으로 늘었는데 투자는 0.2% 감소했다”며 “법인세 인하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안이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MB 정부 당시 경제 문제를 환기시키며 윤석열 정부의 민생 실정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 등을 거치며 색채가 불분명해졌다고 비판받은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제1야당의 선명성을 키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자 감세는 곧 서민 증세와 같다”며 “(성장으로) 늘어난 파이를 골고루 분배해 불평등과 경제 양극화를 줄여주는 게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의석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법인세 인하 등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부자 감세와 관련한 대부분의 사안은 입법사안”이라며 “특정 대기업과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현행 최고 법인세율 25%에 대해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별도의 수정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 시즌2에 해당하는 부자감세 정책을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민생 경제 분야에서 ‘대안 야당’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영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유능한 민생 경제대책을 논의하는 당내 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야당으로서 국가적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전국은행연합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시중금리 인상 속도와 폭 조절, 대출 상환기간 연장, 취약계층 대상 상품 개발 등 모든 금융지원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이재명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벌 법인세 감면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킬 게 아니라 유류세 감면으로 민생을 지원하고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현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진영, 노선, 계파 등 갈등적 요소는 과감히 내려놓고 오직 국민, 오직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합심 협력할 때”라며 “전대미문의 팬데믹 이후 찾아올 더 심각한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거국비상경제대책위원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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