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윤리위, 이준석에 ‘경고’…이달 개최 앞두고 기싸움

정대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대표의 성 비위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다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윤리위 운영에 지장을 주는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리위 개최를 앞두고 연일 윤리위를 향해 공세를 펴는 이 대표를 겨냥한 조치다. 윤리위가 가장 낮은 수위 징계인 ‘경고’ 이상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가 이미 징계에 불복하겠다고 공언해 윤리위 이후 여당 내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 18일 이양희 윤리위원장(성균관대 교수)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윤리위 활동에 대한 다양한 추측성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고 당 사무처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정상적인 활동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윤리위 권한은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 준하는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당헌·당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관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번 사안 당사자들은 윤리위 개최 이전 소명자료를 통해서나 윤리위에 출석해 언제든 소명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윤리위 입장은 사실상 이 대표와 그 주변을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윤리위는 당 사무처를 통해 징계 심의 대상자들에게 소명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대상자들에게 공문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그간 윤리위가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며 윤리위로부터 소명 요구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윤리위원이 언론에 세부사항을 유출하고 있다며 “따져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채널 <펜앤드마이크TV> 인터뷰에서 “제가 (증거 인멸) 교사를 한 것으로 품위 유지가 안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면 우선 무엇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확정돼야 한다”며 “경찰 수사보다 윤리위가 우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위가 다룰 핵심 쟁점은 이 대표의 성 비위 여부가 아니라 성 비위 증거 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다. 이 대표가 성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제보자에게 보내 투자 유치를 약속했다는 의혹이다. 윤리위는 지난 4월21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 대표는 김 실장이 작성한 7억원 투자유치 각서에 자신이 관여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리위가 “국민적 눈높이를 최우선으로 해 공정하게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평범한 시민의 시각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팩트’가 밝혀진 게 없는 상황에서 징계는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리위원 9명 중 과반(5명 이상) 출석, 출석 위원 과반(3명 이상) 찬성 시 징계가 결정된다.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4단계다. 당원권 정지 이상 징계가 결정되면 이 대표는 대표직 수행이 불가하다. 특히 탈당 권고나 제명과 달리 당원권 정지는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없다. 경고만 받아도 이 대표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경고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최고위 판단을 받아야 하는 제명이 아닌 윤리위가 임의로 할 수 있는 당원권 정지는 그야말로 정치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리위에서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 결정이 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징계 결정 시 이 대표 측과 이 대표와 불편한 관계인 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조기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 지난 16일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윤리위 개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안에는 개최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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