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에 이르지 못한 여야 원내대표에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며 언성을 높였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오늘도 또 일괄타결이 안 돼서 참 걱정이다. 그리고 서운하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전날 자신이 두 번째 중재안을 냈음에도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자 쓴소리한 것이다.
김 의장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면서 “우리 경제를 살려내고 취약계층을 도우려고 하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타개하기 위해 두 차례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첫번째는 정부 원안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되, 실행은 2년 유예하자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수용했으나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전날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보다 1%포인트 인하한 24%로 하자는 두 번째 중재안을 제시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관련 예산을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으로 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받아들였으나 국민의힘이 보류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정말 간곡하게 다시 한번 부탁한다”면서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 피해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당부했다. 양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주 원내대표는 “의장이 중재안을 냈지만 1%포인트만 가지고는 이웃 대만의 (법인세율) 20%나 싱가포르의 17%와 경쟁하긴 어려워서 선뜻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독불장군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의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주면 좋겠다”며 대통령실에 의장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