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준석·민주당 탈당파 함께하는 제3지대 빅텐트 가능할까?

김윤나영 기자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3지대 빅텐트론이 거론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가 모여 중도 성향의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3지대 빅텐트 성사 가능성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내 비주류 세력 포용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광주 KBS ‘토론 740’에 출연해 제3지대 빅텐트론에 대해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전례 없이 많은 국민이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고 있다”며 “그 목소리가 국회에 투영되도록 하는 것이 정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면 그런 가능성이나 필요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제3지대를 이끌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같은 날 채널A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탄압받고 공천 학살당한 강남 벨트나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을) 나오면 내년 1~3월쯤 중도 보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면서 “올해에는 이준석 전 대표나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핍박받는 모습이 더 연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 창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하게 될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유승민, 금태섭과 다 가깝다”고 주장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에서 “양당의 적대적인 공생관계를 이번에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유승민·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제3당이) 생긴다면 국민의힘이 시작할 때는 불리하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나가서 제3당이 돼서 표를 얻으면 민주당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도층이 7 대 3 비율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본다”면서 “중도층이 대거 거기(제3신당)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당의 높은 비호감도로 제3정당 수요는 꾸준히 있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제3정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8%,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6%였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진보층의 58%, 중도층의 52%, 보수층의 4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하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60대 이상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절반을 넘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1~22일 유권자 10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나오면 17.7%가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나올 경우 민주당의 지지도는 8.5%포인트, 국민의힘은 4.3%포인트 줄었다. (두 조사 모두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제3지대 빅텐트 실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먼저 대선주자급 정치인 중 누가 신당의 깃발을 들지가 명확하지 않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에서 “두 사람(유승민·이준석)이 과거 신당을 창설해 새로운 제3지대를 모색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갈등만 노정하고 결국 통합되지 않았나”라며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제3정당이 현역 의원 20명 이상을 모아 국회 교섭단체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교섭단체여야 국회 운영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내년 총선 전에 적어도 현역 의원 20명 이상의 탈당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제3정당 빅텐트 실현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제3지대 빅텐트 성사 여부는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통합 의지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정치 지도자가 각 당의 비주류 정치인들을 포용하면 탈당할 유인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비명계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2선 후퇴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본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에서 탈당하는 의원들이 나올 가능성’을 묻자 “현직 대통령이 있는 여당은 제일 사당화의 대상이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대표라는 차이가 크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대대적인 비명계 물갈이를 도모한다면 민주당에서도 30명 정도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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