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멋진 해병” 故문광욱 이병父 ‘애끊는 댓글’

배명재 기자

북한이 23일 연평도에 포격 100여발을 발사해 문광욱 이병(20) 등 해병 2명이 전사한 가운데, 문 이병의 아버지가 해병대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문 이병의 아버지는 지난 9월 해병대 홈페이지 입대장병 소식 게시판에 올라온 문 이병이 포함된 해병대 1124기 사진에 몇 개의 댓글을 달았다.

아버지는 9월7일 “문광욱 울 아들 든든하고 멋지다. 멋진 해병이 되기까지 화이팅”이라며 해병에 갓 입대한 아들을 응원했고, 9월19일에는 “4주차가 끝났는데 어떻게 변했을까….구릿빛 얼굴에 눈빛은 강렬하게 빛이 나겠지”라고 해병대가 된 아들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故 문광욱 이병이 속해있는 해병 1124기 8소대 3생활실의 소대별 사진/ 해병대 홈페이지

故 문광욱 이병이 속해있는 해병 1124기 8소대 3생활실의 소대별 사진/ 해병대 홈페이지

故 문광욱 이병의 아버지가 지난 9월 해병대 홈페이지 ‘입대장병 소식’에 남긴 댓글들

故 문광욱 이병의 아버지가 지난 9월 해병대 홈페이지 ‘입대장병 소식’에 남긴 댓글들

또 10월9일에는 ‘해병대 1124기 수료식’ 사진에도 댓글을 달아 “광욱아 무더운 여름 날씨에 훈련 무사히 마치느라 고생했다. 푸른 제복에 빨간 명찰 멋지게 폼나는구나. 앞으로 해병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건강하게 군복무 무사히 마치길 아빠는 기도할게. 장하다, 울아들. 수고했다 울아들”이라며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고 문광욱 이병

고 문광욱 이병

문 이병의 아버지가 댓글을 남긴 시점을 미뤄보면 문 이병은 연평부대에 자대배치를 받은지 한달 반만에 전사했다.

전북 완주군에서 출생한 문 이병은 지난 8월16일 해병교육훈련 과정(입소)에 들어가 차량운전병으로 복무하다 이날 포격 직후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 도중 전사했다.

문 이병의 집인 전북 군산시 수송동의 ㅅ 아파트에서는 아버지 영조씨(47)와 큰아버지 영구씨(57) 등 가족들이 모여 차마 믿기지 않는 소식에 망연자실해 있었다.

영구씨는 “광욱이가 어제 엄마에게 전화해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게 마지막 전화가 되고 말았다”며 “서둘러 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1학기 마치고 곧바로 군에 지원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 이병은 지난 8월에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최근 연평도로 배치됐고 입대 3개월여 만에 참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가족에 따르면 문 이병은 2남1녀 가운데 차남으로 올 초에 군산의 모 대학에 입학했으며 평소 쾌활하고 성격이 착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다음은 사상자 명단

◇ 전사자
병장 서정우(22·광주광역시), 이병 문광욱(20·전북 군산)

◇ 중상자
병장 최주호(21·부산), 상병 김지용(21·경기), 일병 한규동(19·양산) 김명철(20·인천) 김진권(20·대구) 박봉현(21·인천)

◇ 경상자
하사 오인표, 박성요, 김성환, 병장 김용섭, 상병 서재강, 일병 조수원, 이진규, 김인철, 구교석, 이민욱

故 서정우 병장이 남긴 마지막 일기

북한이 23일 연평도에 가한 포격으로 전사한 해병대 서정우 병장의 미니홈피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고 서정우 병장이 사고 전날 미니홈피에 남긴 마지막 일기

고 서정우 병장이 사고 전날 미니홈피에 남긴 마지막 일기


특히 서 병장이 사고 전날인 22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마지막 일기에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중이다.

서 병장은 사고 전날인 22일 쓴 일기에서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내 군생활에도 말년에 침대를 써 보는 군’이라고 적은 뒤 ‘내일 날씨 안 좋다던데 배 꼭 뜨길 기도한다’고 적었다.

고 서정우 병장이 군 시절 찍어 미니홈피에 남긴 사진

고 서정우 병장이 군 시절 찍어 미니홈피에 남긴 사진


고 서정우 병장이 군 입대 전 찍은 사진

고 서정우 병장이 군 입대 전 찍은 사진


이 일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방명록과 댓글을 통해 서 병장의 전사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고 서정우 병장

고 서정우 병장


한 네티즌은 “배타고 집에 오셔야지…, 왜 하늘나라로”라고 적었고, 또다른 네티즌은 “그곳에는 언제나 배가 뜰 것입니다. 좋은 곳에서 안식하세요”라고 적었다.

네티즌들은 특히 서병장이 ‘휴가떠나는 날’ 변을 당한 사실을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확인하고 애도의 글과 근조 리본을 달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서 병장은 22일 밤에 쓴 글에서 “내일(23일) 날씨가 안좋다는데, 꼭 배가 뜨기를 기도한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 3일 초기화면에 쓴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나가자’라는 글에서도 “3주만 버티다가 13박 14일 말년 휴가 나가자”며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아들이 해병이라고 밝힌 홍모씨는 “며칠만 기다렸으면 그리워하던 사회인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적었다.

친구로 보이는 김모씨는 “아니길 바랐는데, 매일 전화했었는데, 이제는 못하는거냐. 좋은 곳으로 가기를 항상 기도할게”라고 말했다.

친척 동생으로 보이는 방문자는 “형 왜 전화 안 받아? 오늘 휴가나온거 맞잖아. 동명이인이잖아. 사람들이 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안죽은 사람한테. 나 이렇게 울고 있는 거 처음이야. 그니까 전화 받아”라고 적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다.

한편 전사한 서정우 병장의 부모가 사는 광주 남구 진월동 ㄷ아파트 집은 불이 꺼진채 굳게 잠겨 있었다.

서 병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들만 서성거리며 “좋은 청년 한명이 희생됐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57)는 “서병장 부모들이 오후에 급히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봤다”면서 “하도 급히 떠나 사연을 물어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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