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 사용내역 검증장치 없이 대폭 인상… 3년 후 ‘1조원’ 돌파

유신모 기자

한·미 방위 분담금 합의 내용과 의미

연도별 인상률 4% 상한… “전용방지 한계” 비판도

정부는 12일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과 한·미 양측의 국내적 여건, 한·미동맹의 건전한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부실협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측은 일단 올해 한국의 분담금 총액을 9200억원으로 합의했다. 2018년까지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해 매년 총액을 인상하되, 연도별 인상률은 4%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쯤에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연간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이 12일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이 12일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 집행 투명성 개선에 한계

이번 협상에서는 1991년 방위비 분담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분담금 집행 내역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장치가 마련됐다. 양측은 분담금 배정 단계부터 사전 조율 강화, 군사건설 분야의 상시 사전 협의체제 구축, 군수지원 분야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소,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복지 증진 노력 및 인건비 투명성 제고, 방위비 예산 편성 및 결산 과정 투명성 강화 등 5개 항목에 합의했다.

그동안 미국이 분담금 집행에 대한 대략적인 보고서만 제출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특히 ‘현금 미집행 현황보고서’를 연간 2회, ‘방위비 분담 종합 연간집행보고서’를 매년 4월에 제출하도록 한 것은 분담금 집행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분담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이 주한미군 내 한국 근로자와 한국 기업에 대부분 돌아간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분담금 사용 내역은 기본적으로 군사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국이 설명해주는 것 외에 정부가 이를 검증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이번 협정에서 분담금을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LPP)에 전용하는 것을 계속 양해키로 한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지난 8차 협정 개정 당시에도 “국민 세금을 미군기지 이전 사업에 충당해서는 안된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미측 사용내역 검증장치 없이 대폭 인상… 3년 후 ‘1조원’ 돌파

■ 총액 인상 요인 있나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로 국방예산을 대규모로 감축해야 하는 미국의 완강한 요구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이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NPSC(비인적 주둔비용) 언급 대신에 항목별 대강의 소요를 제시하면서 이를 근거로 1조원 이상의 총액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분담금 총액에 물가수준을 반영한 9000억원 정도를 제시했다. 이 같은 총액에서의 큰 견해 차이 때문에 양측은 10회 이상의 고위급 협의를 가졌으며 결국 협상 만료시한을 넘겨 ‘무협정 상태’에 이르는 등 진통을 겪었다.

야당은 총액을 올려줘야 할 요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쓰지 못하고 은행에 예치해둔 돈이 7380억원 이상 남아 있는 데다 앞으로 지불해야 할 액수까지 합하면 미집행금은 1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협정 유효기간을 미국이 요구한 대로 5년으로 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그동안 국내 일각에서는 2016년 평택기지 이전 사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3년 후부터는 군사건설 수요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또다시 협정기간을 5년으로 정해 미국이 크게 늘어난 분담금을 2년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린 오산·대구·군산 등 비이전기지의 군사건설 사업 소요가 남아 있어 2016년 이후 미군 군사건설 사업 소요가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 1항에 대한 특별 조치를 담은 협정. 5조 1항은 시설·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측이 부담토록 규정돼 있지만 여기에 예외를 둬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가 경비를 분담토록 했다. 미국은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주둔국에 경비 분담을 요구해 1991년 첫 협정을 체결했다. 그동안 총 8차례 협정을 맺었다.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 등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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