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인 강제징용’ 외면

외교 시한폭탄 된 ‘징용자 배상’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정부 “개인청구권 소멸” 입장… 대법은 배상 취지 파기환송

판결 확정 땐 정부 국제적 입지 ‘흔들’… 한일 관계 파국 우려

대법원이 2012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1·2심 판결을 뒤집고 배상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후 한국 외교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다.

현재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 이 사건이 조만간 최종 확정될 경우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한국 정부의 국제적 입지가 흔들리고 한·일관계도 돌이키기 어려운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외교문서를 전면 공개하면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청구권 문제 교섭과정을 검토해 ‘위안부·사할린 동포·원폭피해자 등 3가지 문제는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징용문제가 이 3가지에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이 같은 정부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고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거부하면 국내 일본기업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강제조치가 이뤄진다. 이 경우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금액은 어림잡아 수십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수도, 이 같은 법적 절차 진행을 막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 문제는 법리적으로 한국이 이기기 어려운 사안이다. 청구권협정에 한국인 징용자 미수금, 피해보상 등이 명시되는 등 이 문제가 명백히 다뤄졌기 때문에 개인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가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국제법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만약 정부가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버틸 경우 한국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돼 과거사 문제에서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법원의 강제집행이 이뤄지기 전에 한·일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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