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군 유해 송환

미 “과감한 첫 조치” 의미 부여…종전선언 논의로 화답할까

손제민 기자·공동취재단

북, 핵실험장 폐기·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이어 ‘6·12 약속’ 선제적 이행

미국도 종교탄압국 언급 때 북한은 제외…비핵화 실무협상에 다시 훈풍

<b>미군 유해 담긴 55개의 운구함</b> 유엔군사령부 소속 샘 리 대령이 27일 경기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미 공군 C-17 수송기 안에서 미군 유해를 담은 55개의 운구함을 향해 경례 하고 있다. 평택 | AFP연합뉴스

미군 유해 담긴 55개의 운구함 유엔군사령부 소속 샘 리 대령이 27일 경기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미 공군 C-17 수송기 안에서 미군 유해를 담은 55개의 운구함을 향해 경례 하고 있다. 평택 | AFP연합뉴스

북한이 27일 정전협정 65주년 기념일에 맞춰 한국전 참전 미군의 유해를 미국에 반환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처음으로 이행한 것이다. 미군 유해 반환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시설 해체 움직임에 이어 북한이 미국에 대해 선제적으로 취한 우호적인 조치이다. 지난 8일 외무성 담화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종전선언 합의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 공군 C-17 수송기는 이날 오전 11시쯤 북한에서 미군 유해를 담은 55개의 상자를 싣고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날 새벽 오산기지를 떠나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향한 지 약 5시간 만의 귀환이었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한국전 참전 미군의 유해를 돌려받은 것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수송기가 활주로에 내리자 대기 중이던 의장대 등 미군 장병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유엔 깃발에 싸인 상자 55개를 차량에 옮겨 실었다.

미군은 내달 1일 오산 미군기지에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주재로 공식 유해 송환 의식을 치른다. 이어 하와이에 있는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에서 유전자 감식을 거쳐 유족들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송기가 원산을 출발하기 직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군 유해가 곧 북한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며 “김정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행동을 한 점을 부각하며 자신의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재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 미군 유해 송환]미 “과감한 첫 조치” 의미 부여…종전선언 논의로 화답할까

백악관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성명에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관계의 전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과감한 첫 번째 조치를 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잇단 선제적 우호 조치를 취하면서도 미국에 명시적인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만큼 공은 미국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북한은 그동안 강조해온 종전선언 합의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을 계기로, 종전선언 문제가 북·미 간 협의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북한의 핵시설·물질 신고를 비롯한 핵동결 조치와 연계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 순서 배치를 싸고 북·미 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 긍정적인 신호로 화답했다. 미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채택한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선언문’에서 중국, 이란, 미얀마의 종교탄압 실태를 비판하면서도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부가 지난 5월 발간한 ‘2017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의 종교탄압을 지적했던 것과는 차이가 느껴진다. 대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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