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탄도미사일 ‘저고도’ 발사

남측 방공체계 무력화 능력 과시…‘한·미 훈련 중단’ 또 압박

정희완 기자

북한, 엿새 만에 다시 ‘무력시위’ 의도

6일 전 발사에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의지 없자 재차 촉구

실무협상 지지부진 상황서 미국 셈법 변화 이끌어낼 목적도

정경두 “우릴 위협·도발한다면 북한은 당연히 ‘적’에 포함”

[북 탄도미사일 ‘저고도’ 발사]남측 방공체계 무력화 능력 과시…‘한·미 훈련 중단’ 또 압박

북한이 31일 강원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면서 엿새 만에 다시 무력 시위를 했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 25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유사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한다.

특히 저고도 발사로 남측의 방공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대남·대미 압박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 저고도 발사로 위협

북한이 이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약 30㎞ 고도로 약 250㎞를 비행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지난 25일 쏜 미사일이 50㎞ 고도로 약 600㎞를 날아간 것에 비해 고도와 비행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일부러 고도를 낮춰 비행성능을 시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가 낮을수록 탐지·추적 및 요격이 어려워 위협적이다. 합참은 이날 발사를 ‘시험발사’로 평가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고도가 낮을수록 요격을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며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엿새 전처럼 하강 단계에서 풀업(Pull-up·급상승) 등 요격을 피하기 위한 기동을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높다. 합참이 지난 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회피 기동을 통해 250㎞보다 더 날아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비행거리가 줄어든 것은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탄두 무게를 늘렸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북한이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 현장에서 참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날 미사일 발사엔 다목적 포석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다음달 초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재차 촉구하기 위한 의도이다. 한·미는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훈련을 진행키로 했다. 최근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잇따라 들여오자,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통해 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한 것은 북·미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미국의 ‘셈법’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를 대비하는 한편, 긴장이 고조됐을 때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하계 훈련기간을 계기로 군 사기를 올리는 등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무기 개발에 손놓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김 위원장은 군부 강경파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 “풀업 기술 우리도 있다”

<b>국회 온 합참 정보본부장</b> 합동참모본부 김영환 정보본부장(왼쪽) 등 군 관계자들이 31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온 합참 정보본부장 합동참모본부 김영환 정보본부장(왼쪽) 등 군 관계자들이 31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고를 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날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국방포럼에서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우리 방어자산의 요격 성능 범위 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안보 불안을 불식하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북한이 발사한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형태의 미사일과 관련해 저고도에서 풀업 기동을 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회피 기동 기술도 이미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구체적으로 “풀업 기동이라고 하는 것도 훨씬 오래전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기술”이라면서 “우리가 훨씬 더 우수한 정밀도를 갖고 있어 더는 불안해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군의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이스칸데르처럼 회피 기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전력 노출을 우려해 현무-2의 회피 기동 기능을 공개 안 했다. 정 장관이 안보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공개 전력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 장관은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정 장관의 대북관을 지적한 점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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