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미사일 이어 도발 수위 높여…바이든 정부 ‘떠보기’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미국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발사…북한 의도는

북 미사일에 쏠린 눈 서울 수서역 대합실에서 25일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 미사일에 쏠린 눈 서울 수서역 대합실에서 25일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대북전략 수립 마무리 단계에 쏴 존재감 과시
“트럼프 정부와 대응 어떻게 다를지, 공 넘긴 것” 해석

북한이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쏜 것은 신형무기를 시험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정치적 발사’의 성격이 강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새로운 전략 수립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시점을 골라 존재감을 과시하고 북·미 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도발적 행동으로 먼저 강수를 던지는 방법은 지금까지 북한이 주로 사용해온 정형화된 패턴이다. 북한은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출범 2개월 만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해 긴장을 조성했다. 2005년 조지 부시 행정부 2기 출범 때는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해 압박을 가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잇달아 단행했고, 오바마 2기 때는 출범 한 달 만에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 이어 도발 수위 높여…바이든 정부 ‘떠보기’

북한의 이번 발사는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충격을 주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발사에 미국이 대응하지 않자 곧바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단거리 미사일이긴 하지만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어서 ‘바이든 행정부의 레드라인’은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응수 타진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용인했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타진하기 위해 공을 미국에 넘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긴 하지만 과거 전례를 감안해보면 즉각적인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경고에 그치거나 나중에 한꺼번에 문제를 삼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어서 안보리가 열린다고 해도 뚜렷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

순항미사일 이어 도발 수위 높여…바이든 정부 ‘떠보기’

북한의 기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 행동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2개월 만에 북한의 정면 도전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북한 문제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대북정책 검토가 끝날 때까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와 국내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또한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아니지만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등 아시아 동맹국을 사정권에 넣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눈감을 수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대북정책의 큰 그림을 거의 완성한 상태여서 이번 일로 대북정책의 기본틀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세부 조정이나 동맹국과의 의견 교환 등을 위해 시기가 조절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식 반응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다음주 미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진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서도 대응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발사는 새로운 북·미 대결의 서막이 될 수도 있고, 전격적인 협상 시작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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