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자 CCTV에 찍힌지도 모르고 초동조치 마무리···군 '기강해이’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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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북 감시망의 허점이 또다시 노출됐다. 게다가 이번에는 월북 상황이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군이 이를 3시간 가까이 몰랐던 사실이 드러났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이용한 경계감시체계가 폐쇄회로(CC)TV 감시병과 경계병력의 확인 소홀로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북사건이 일어난 22사단은 2020년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당시 광망(철조망 감시 센서)이 작동하지 않은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이른바 ‘오리발 귀순’을 한 북한 남성이 감시장비에 10차례나 찍혔지만, 군이 8번이나 놓쳐 문제가 됐던 부대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는 부대로 사건·사고가 잦아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2012년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 2014년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등이 모두 22사단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사건·사고로 그동안 징계를 받은 사단장만 8명에 이른다. 22사단은 여러 사건으로 군 간부들 징계가 빈발해 ‘별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곳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오리발 귀순’ 사건 이후 22사단과 8군단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한 후 경계시스템 노후화로 경계 실패가 발생했다고 조치를 취했다. 상급부대인 육군 8군단 해체도 2023년 중반으로 미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유사한 경계실패 사건이 또 발생했다. 그것도 ‘오리발 귀순’ 사건으로 지휘관이 문책을 당했던 같은 여단에서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이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의 월북 사실을 처음 인지한 건 전날 오후 9시 20분쯤 군사분계선(MDL) 남쪽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움직임을 포착하면서다. 군은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DMZ에 있던 월북자를 포착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군 병력이 한밤중에 남쪽 GOP 철책을 넘어 MDL까지 접근해 월북자를 추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월북자는 DMZ 남쪽 지역에서 포착된 지 1시간 20분만인 오후 10시 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군이 TOD를 통해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이동하는 월북자를 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군이 월북자가 GOP 철책을 넘은 뒤 3시간이 다 되도록 이를 알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군은 월북자가 DMZ에서 발견된 후 대대 GOP 상황실에 찍힌 CCTV를 다시 돌려봤고, 같은 날 오후 6시 40분쯤 월북자가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찍혔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CCTV 감시병이 월북자가 CCTV에 포착됐던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 설명대로라면 군의 과학화장비는 정상 작동됐지만 군의 감시·경계병력이 확인을 소홀히 한 것으로 군의 기강해이 부분과 연결된다.

월북자가 GOP 철책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철조망 감시센서(광망) 경보는 정상 작동했던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최전방 GOP에 설치된 광망은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경보음이 울리고, 경계병력이 즉각 투입된다.

합참 관계자는 “(월책) 당시 광망 경보가 울려 초동조치 병력이 (해당) 철책으로 갔지만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뒤 철수했다”고 말했다. CCTV 감시병이 경보음을 듣고 CCTV 화면을 정밀하게 다시 재생했으면 군의 해당 인원에 대한 추적이 3시간 앞서 이뤄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군이 CCTV와 광망 경보를 통해 월북자를 이중으로 포착하고도 허술한 초동조치로 월북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초동조치 부대가 자체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정체불명 인원이 군 감시망에 다시 포착된 것은 이날 오후 9시20분쯤이었다. 군 열상감시장비(TOD)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사람으로 추정되는 ‘열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해당 인원을 찾기 위해 병력을 출동시켜 긴급 DMZ 작전을 펼쳤으나 추적에 실패했다. 이후 군은 오후 10시40분쯤 해당 인원이 MDL 이북으로 넘어간 사실을 TOD를 통해 최종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현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전비태세검열실의 검열 결과, 보고체계 허점과 매뉴얼 미준수, 과학화장비 개선 등의 국방부 지침 미이행 등이 식별된다면 해당 부대 지휘라인의 문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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