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협력’ 가속…한·일관계 개선은 제자리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미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 요구

강제징용 문제 등 진전 없는 한·일
나토에서 정상회담도 어려울 듯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이후 한·미·일 3국의 군사·안보 분야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한·일의 협력 필요성이 증가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하지만 3국 협력의 전제조건인 한·일관계의 갈등 요소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한·일 간 협의는 미뤄지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일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갈등 때문에 그동안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북핵 위협 증가, 미·중 전략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자 미국이 3국 안보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도 이 같은 방향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이후 3국 안보협력에 관한 논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이어 3국 차관협의가 서울에서 열렸고 지난 1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한·미·일 국방장관이 201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대면 회의를 가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일 협력과 한·일 양국관계 개선 및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한·일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3국의 결속, 특히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 북한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만난 3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위협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3국 연합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3국 장관은 ‘역내 긴장을 높이는 일방적 행위에 강력 반대’하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항해·비행의 자유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3국 협력이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한·미·일 안보 협력 논의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기본적 전제조건로 지목되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미국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일 갈등이 과거사 문제와 같은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당초 박진 장관은 미국 방문 이후 곧바로 일본을 방문해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일 갈등 해소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한·일 간 논의를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다음달 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일 간 현안 협의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선거를 앞두고 나토 정상회의라는 시한이 있는 상태에서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 등을 협의하는 것은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해 박 장관의 방일이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도 이뤄지기 어려워졌다. 대신 미국의 주도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고 3국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 모두 국내적으로 매우 민감안 사안이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서두르거나 압박을 가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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