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저지에 '중국 역할론' 강조하는 미국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숨고르기를 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 역할론’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이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을 만류할 것을 기대하기보다 핵실험 강행시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미국 시간) 신미국안보센터(CNAS) 주최 대담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중국과 협의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북한이 또다른 핵실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우리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우리는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뚜렷해진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 7일 전화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공유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이 유일하게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는 않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도 이날 “실제 먹어봐야 맛을 알게 될 것(The proof will be in the pudding)”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실제로 핵실험 저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설사 한다고 해도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대북 추가제재에 반대하고 있지만 핵실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면서 “북한이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서도 아직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는 것에는 중국에 대한 의식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매우 단호하고 분명하게 비난한 바 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지난 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비핵화는 중국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또 다른 실험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게 핵실험 저지를 위해 북한을 설득할 것이라는 명료한 약속은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과거처럼 크지 않다”면서 “북한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을 연일 압박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할 명분을 줄이고, 중국 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세컨더리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단체·개인 제재)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