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보류’ 동의 땐 한·일 논의 토대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합동기구를 이르면 이번주 안에 출범시킬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게 된 것은 법원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매각·현금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는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현금화를 막아야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은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주도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미·일 협력이 이뤄지려면 한·일관계 갈등 해소가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관합동기구에 참여할 위원들의 인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와 전직 관료·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게 된다. 특히 정부는 이 기구가 ‘초당적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신경쓰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의 국내적 해결 논의가 본격화되면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현금화를 자제해 줄 것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합동기구 활동이 시작되고 피해자들이 현금화 보류에 동의하면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 정부 간 논의의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민관합동기구는 활동 결과물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정부에 권고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안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고 추후 일본 측과 협의하는 ‘대위변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 시도를 권고할 수도 있다.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금을 내지 않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측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나 기금 출연 등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문제 해결이 수월해질 수 있지만 아무것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