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변화 속 위기를 기회로”…왕이 “서로의 노선 존중을”

유신모 외교전문기자·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양국 외교장관 주관으로 서울·베이징서 동시 기념행사 열려

‘수교문서 작성’ 댜오위타이 리셉션에 정·재계 200여명 참석

‘미래를 위하여’ 중국대사와 건배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운데)가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래를 위하여’ 중국대사와 건배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운데)가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은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동시에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주관으로 서울 포시즌스 호텔과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17호각에서 각각 기념 리셉션을 가졌다. 댜오위타이 17호각은 1992년 8월24일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과 첸치천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수교 문서인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서명한 곳이다.

박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30년 전 탈냉전의 격변기 속에서 양국 지도자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한·중 수교라는 역사적 선택을 내렸다”며 “한·중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양국의 경제발전은 물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적지 않게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30년이 지난 오늘 세계는 또다시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러한 도전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와 통찰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미·중 전략경쟁 구도 심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적 분열 등으로 그동안 한·중관계를 유지해온 근본 틀이 변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최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제안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다시 언급하면서 ‘한·중이 조화를 추구하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미래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축사에서 “30년간 우리는 양국이 과거의 좋지 못한 감정을 버리고 힘을 합쳐 냉전의 족쇄를 함께 타파한 순간을 지켜봤다”며 “우리는 이념과 제도가 전혀 다른 두 나라도 서로 이해하고 발전시키고 조화를 이루며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행동과 성과로 세상에 증명했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또 “양국은 영원한 이웃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함께 손을 잡고 중·한관계의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행사에는 임채정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장,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리셉션에는 한·중 정·재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왕이 부장은 축사에서 “30년 전 양국은 비전 있는 전략적 안목으로 냉전의 단단한 얼음을 깨고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해 미래를 향해 협력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30년 동안 양자 관계는 ‘삼단 뛰기’를 실현해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가 되며 각급의 교류가 빈번하고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일관되게 초심을 고수하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며 “양측이 수교 때부터 이룩한 협력 성과를 간직하고 축적해 놓은 소중한 경험을 발양하면서 각자의 사회제도와 발전 노선을 존중하여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끊임없이 잘 수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축사 후 “중·한 수교 30년을 위하여, 중·한관계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한국 신정부는 상호존중의 정신에 기반해 공동이익을 확대하는 한·중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러한 기조하에서 양국이 원활한 소통채널을 유지하고 양국 국민 간 상호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셉션에서는 중국 어린이합창단과 한국에서 방문한 국악단의 합동 공연이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은 1시간가량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 도중 왕 부장과 정 대사는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왕 부장은 한국 측 참석 인사들에게 건배를 제의하며 양국 경제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중 전직 고위인사와 정부 연구기관 현직 수장,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는 이날 양국 간 새로운 협력 모델 모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동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제출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양국에서 22명씩 총 44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미래계획·정치외교·경제통상·사회문화 등 4개 분과 논의를 통해 한·중 미래협력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협력의 기회와 도전이 병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것은 미래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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