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현무-2C 낙탄 원인은 관성항법장치 자이로스코프 오류”

박은경 기자

내년 3월까지 동일 기종 미사일 전수조사

발사장소도 인구 밀집 지역 피할 예정

전문가, 개발 과정에서 문제점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0월 현무미사일 낙탄사고가 발생한 강릉 공군 제18전투비행장을 찾아 당시 현무-2C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추락해 구덩이가 만들어진 골프장 앞에서 군 관계들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0월 현무미사일 낙탄사고가 발생한 강릉 공군 제18전투비행장을 찾아 당시 현무-2C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추락해 구덩이가 만들어진 골프장 앞에서 군 관계들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0월 강원 강릉시 인근에서 발생한 육군 현무-2C 탄도미사일 낙탄 사고 원인은 관성항법장치(INS)의 ‘자이로스코프’ 오류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군은 해당 미사일을 전수조사하고 비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추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16일 국방부·합동참모본부·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공동 조사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미사일 내부 자이로스코프가 계측해 구동부로 전달하는 정보에서 나타난 오류가 낙탄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군 관계자는 “사고가 난 현무-2C의 경우 계측데이터가 없고 현장 증언을 통한 궤적 추적 등으로 제어계통상 문제일 것으로 추정했다”면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오류를 분류하고 이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구동장치나 유도장치 문제는 아닐 것이란 합리적 추론을 도출했고 (추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관성항법장치 중 센서 자이로스코프 오류로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군 관계자는“자이로스코프 안에도 매우 많은 부품이 있고, 어디가 고장인지는 모른다”며 “오랫동안 미사일을 개발했으나 (미사일이) 뒤로 돌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자이로스코프 결함은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군은 장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오류의 결과 예상 계통도를 뜻하는 ‘폴트 트리’(fault tree)를 작성해 고장 유형을 분류하고 각각의 고장이 났을 경우 미사일 궤적이 어떻게 되는지를 3만회가 넘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제어 계통은 크게 관성항법장치, 유도조정장치, 구동장치로 구성된다. 자이로스코프는 이동체의 회전(자세변화)을 측정하는 센서로, 가속도계와 함께 관성항법장치에 장착돼 항공기와 미사일 등의 위치, 속도, 자세를 측정하는 데 쓰인다.

군은 유사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비행안전장치를 개발해 현무-2C 미사일에 장착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원인 분석하고 프로세스 점검도 꼼꼼하게 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안전장치”라면서 “원래 의도했던 궤도를 벗어나게 되면 뒤로 더 이상 못가고 가까운 앞으로 떨어지게 하는 비행안전종료시스템을 개발해서 안전대책 후속으로 넣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군은 훈련 미흡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횟수를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현무-2C를 올해 처음 쏜 것이 아니었고 이전에는 다 성공했다”며 “발사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수많은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의 문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당연히 원인 분석하고 보완한다”고 밝혔다. 보안패치 미적용 등 기술 고려 체계상 일부 보안 문제가 식별돼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군은 현무-2C 미사일을 이달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전수조사해 안정성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또 유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매뉴얼을 개편할 계획이다. 사고 당시 군은 발사 장소 인근인 강릉 주민들에게 사고를 제때 알리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지난번 발사 장소가 강릉이었는데, 인구 밀집 지역 등은 피하고 가급적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로 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무를 개발한 국방과학연구소가 검수까지 하는 구조 속에서는 허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자이로스코프는 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비교적 단순한 기술”이라면서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졸속 개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 사무국장은 “무기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품질 검사는 제3의 기관이 맡지만 현무는 ‘비밀무기’라는 명목으로 ADD에서 품질 검사까지 맡았고 다른 무기 체계보다 검수 과정이 생략되고 단순화됐다”면서 “이 같은 카르텔 속에서 볼 때 현무-2C 낙탄은 예견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가 운용하는 현무-2C 탄도미사일 대응 사격이 시행됐지만, 미사일이 발사 직후 예정 방향의 반대로 날아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2017년 9월에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실시한 현무2A 사격에서 2발 중 1발이 발사 몇 초 만에 바다로 추락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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