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군사 지원’ 길 열어놔…대러·대북 관계 후폭풍 우려

유정인 기자

대통령실 “정부 입장 변화는 없다” 진화에도 국내외 ‘파장’

북·러 군사밀착 강화 가능성…방미 앞두고 ‘선물’ 분석도

<b>◀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b>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19일 전해지면서 파장이 국내외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정부 입장 변경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국정운영 최고책임자가 처음으로 이를 ‘가능한 선택지’로 언급한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유의미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부 외교 노선을 둘러싼 논쟁 격화가,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의 반발과 긴장 고조가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전날 이뤄진 영국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 대규모 공격, 대량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발생을 전제로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살상용 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그간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를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벗어난 살상무기 지원에는 철저히 선을 그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출근길 문답에서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이를 재확인했다.

‘우크라 군사 지원’ 길 열어놔…대러·대북 관계 후폭풍 우려

대통령실은 이날도 ‘정부 입장 변화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제가 있는 답변이었다”며 “답변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한국의 인도적 접근 원칙을 재확인한 발언일 뿐”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진화에도 파장 확산은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러관계뿐 아니라 러시아와 주요 관계국으로 묶인 중국과 북한 등을 자극할 수 있다. 정부가 그간 무기 지원에 선을 그은데도 한국과 러시아 관계 악화로 한국이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점, 대북 문제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점 등이 함께 고려됐다.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가 극단적으로 축소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무기 지원을 언급한 것은 미국 등 서방의 무기 지원 압박에 호응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취임 일주일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프놈펜에서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 등에서도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가 주요하게 언급됐다. 한·미 동맹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가치동맹’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이를 계속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번 언급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임박한 시점에 나온 것을 두고 미국 측에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누적된 정부의 기류변화 신호와 맞물려 우회 지원 형태의 무기 제공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국가안보실 인사 도청 의혹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 안보실 관계자들이 155㎜ 포탄 우크라이나 지원 방법을 고민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문건이 “상당수 위조됐다”고 부인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이 155㎜ 포탄 50만발을 미국에 대여 형식으로 제공해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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