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폭 피해국 부각시킨 윤 대통령·기시다 참배…한국, 함께 묵념한 모양새”

유새슬 기자

윤 대통령 G7 방일 외교…전문가들 평가

“기시다 진정성 있었다면 강제동원 해결 메시지 나왔어야”
대중국 메시지 수위 조절한 G7…한국도 ‘실리’ 모색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한·미·일 스탠딩 정상회담도 가졌다.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이 최초로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의미하다면서도 이번 일정은 한국보다는 일본의 외교적 승리라고 봤다. 대일 외교에서 한국 측 운신의 폭이 좁아진 사실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한국인 위령비 공동 참배를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기정 서울대 교수(일본연구소장)는 22일 통화에서 “강제동원(징용) 문제 해결의 시발점으로서 의미를 갖는다면 (참배를)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일본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선긋기’였다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해결을 다시 한번 확인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관해서 ‘이제 이만큼 했으니까 됐지’라는 행동의 연장이었다면 그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위령비 참배는 국제사회에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원폭 문제를 상기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피해자들의 상처를 건드리기만 하고 문제 해결은 외면한다면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남 교수는 “만약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배제하는 형식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피해자들에게) 배신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MBC 라디오에서 “기시다 총리가 정말 외교를 잘했다”면서 “일본을 전범 국가에서 원폭 피해 국가로서 이미지를 확실히 변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기시다 총리가 많이 노력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강제동원 문제랄지 역사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를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진정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일본 의도가 매우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스스로 과도하게 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팩트는 세 가지가 여전히 남는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소위 삼권분립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 (한국 정부가) 대위변제를 했다는 것, 그들(일본 정부)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관해 사실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고 또 역사 문제에 대해서 행동의 변화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도 KBS 라디오에서 “기시다 총리가 같이 참배한 것은 참 좋았다”면서도 “대통령께서 너무 과공하시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통화에서 “일본은 자신이 원폭 피해 국가라는 것을 부각하는데, 우리가 한국인이 억울하게 일본에 끌려왔다는 문제는 제기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 피해에 같이 묵념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실리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랐다. 남 교수는 “미·중이나 중·일 사이에서 교역은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즉 미·일이 중국과 탈동조화를 할 수가 없다”며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서 지금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일 것”이라고 했다. 한·중 경제 교류에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대중 압박 노선을 조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통화에서 “한국이 미국과 초밀착했는데 정작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전환한다면 우리는 자칫 ‘닭 쫓던 개’가 될 수도 있다”면서 “소다자주의에 적극 협력하되 이제는 중국과 경제적 신뢰를 다질 때다. 국익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CBS 라디오에서 “중국하고는 호혜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화를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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