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뉴스데스크, 저 아시죠”

양구·고성·속초 | 강병한 기자

강원지사 후보 동행 취재기

“MBC 뉴스데스크 엄기영입니다. 강원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겠습니다.”

강원지사 도전에 나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모습은 까칠했다. 6일 이른 아침인 7시 춘천 강원도청 앞에 나타난 그의 눈은 발갛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어젯밤 늦도록 강원도청 직원을 만났다”고 말했다. 선거에 뛰어든 후 몸이 많이 축났다고도 했다. MBC 파리특파원 시절 칼라를 빳빳하게 세운 ‘버버리코트 신사’와는 사뭇 달랐다. 정치인으로 변신 중인 엄 후보의 변화였다.

엄 후보는 곧장 양구군 학조리의 선산으로 향했다. 그는 “큰일을 앞두고 있어서”라고 했다. 수목장된 아버지의 묘소 앞에 당에서 수여한 후보 추천장을 놓고 큰절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인이다. 엄 후보는 “(절의) 대웅전 가서 절도 한다”며 웃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 힘내어 주시옵소서.”

<b>“많이 파세요”</b>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한나라당 후보인 엄기영 전 MBC 사장이 6일 고성군 거진재래시장의 한 노점에 들러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정근 기자

“많이 파세요”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한나라당 후보인 엄기영 전 MBC 사장이 6일 고성군 거진재래시장의 한 노점에 들러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엄 후보는 ‘전투복’(선거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1시간30분 걸려 고성군청에 닿았다. 선거전략은 ‘힘 있는 여당 후보의 지역발전론’으로 집약됐다. 청사를 돌며 “힘을 다해 강원 발전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반응은 호의적이지만 않았다. 문명호 고성군의회 의장은 “한나라당이 약속한 국회 의정연수원을 보류시켜 군민의 반감이 크다. 아무리 힘없는 지역이라도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고 소리쳤다. 깜짝 놀란 엄 후보는 “야당 도지사도…”라고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엄 후보는 고성 거진시장을 찾았다. 오일장이라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는 “꼭 강원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간혹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공약에 반영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무엇보다 ‘앵커 엄기영’의 인지도를 활용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정문헌 속초·고성·양양 당협위원장이 먼저 “MBC 뉴스데스크 엄기영입니다. 아시죠?”하면 엄 후보가 나서 악수를 청했다. 몇몇 시민들은 “TV에서 봤다” “MBC죠”라며 반가워했다. 엄 후보는 악수를 꺼리는 시민들도 끝까지 따라가 손을 붙잡았다. 때론 마주오는 시민에게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다가갔다.

채 15분도 되지 않는 순댓국 점심 동안 인터뷰 말문을 열었다. 엄 후보는 민주당 최문순 후보에 대해 “선후배 사이로 아름다운 관계를 지켜가며 도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행에 대한 비판에는 “MBC는 모두 민주당이냐”며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이광재 동정론’에 대해선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성적으로 생각이 가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선거는 “혼자 다니겠다”면서도 “박 전 대표는, 당을 위해 그분이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박근혜 지원론’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엄 후보는 특히 ‘PD수첩’ 발언과 관련해 “보도 자체가 왜곡이다. 언론이 나한테 적대적”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삼척 원전 유치에 대해서도 “일단 안전이 우선”이라고 했다.

엄 후보는 식사 후 1시간을 이동해 속초시청을 찾았다. 채용생 속초시장이 춘천~속초 고속철도 사업 착공을 걱정하자 엄 후보는 “장기적으로 KTX가 더 낫겠다”며 호응했다. 엄 후보는 저녁에는 다시 강릉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강원FC와 전남드래곤즈의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오늘 느낀 것으로 봐서는 절대로 우리가 질 수 없다”고 말했다.

▲ 엄기영 후보(한나라당)

△강원 인제(60) △춘천고, 서울대 사회학 △육군 이병 제대(가사 사정) △MBC 입사(1974년), 뉴스데스크 앵커(1989~96년, 2002~2007년), MBC 보도본부장, MBC 사장(2008~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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