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반대에 ‘엄마’만 강조…성인지 감수성 부족 ‘수두룩’

최민지 기자

총선 후보들 ‘여성 공약’ 보니

출산·보육 지원 확대 등 상당수가 기존 성역할 답습

주체로서의 여성은 안 보여…여성 공약 없는 후보도 많아

4·15 총선 후보자들의 여성 관련 공약 상당수가 기존 성역할과 전통적 가족 구도를 답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을 출산·양육하는 존재로만 인식하거나, 육아를 여성만의 일로 여기는 공약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각 후보자의 여성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 그 결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영한 공약과 문구가 다수 발견됐다.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대구 동을)는 여성 정책 중 하나로 ‘4B 운동 지양’을 내세웠다. 4B란 ‘비연애·비섹스·비결혼·비출산’을 가리키는 말로 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퍼지는 운동이다. 여성을 결혼 혹은 출산하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가부장제를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 및 관계로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후보의 공약이 알려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가부장제 철폐, 다양화하는 가족형태에 대한 진전된 고민 없이 기존 ‘정상가족’ 구도를 답습하는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주거 불안정, 디지털성폭력 등 20대 여성이 처한 현실을 위한 대안 모색 없이 일단 4B 운동을 막자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여성은 가정을 돌보고 남성은 생계를 부양한다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나온 공약”이라고 했다.

여성 공약 대부분이 돌봄시설이나 육아휴직 확대 등 보육·교육에 치우쳤다. 아이가 없는 여성을 위한 공약으로는 난임시술 비용 지원 등 출산 장려책이 주를 이뤘다. 비혼 여성을 위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육아를 여성의 일로만 여기는 등 구태의연한 인식이 담긴 문구도 있었다. 무소속 김관영 후보(전북 군산)는 육아와 병행 가능한 시간선택형 일자리 구축 공약을 내걸며 ‘일자리부터 육아까지 여성이 잡(Job)는다’는 표현을 썼다. 여성을 육아 주체로 보고 남성 역할은 배제하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 밖에 다른 후보들의 공보물에서도 ‘엄마의 마음으로’, ‘맘(Mom)편한’ 같은 문구가 단골로 등장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표현을 사용한 후보도 있었다. 홍종기 미래통합당 후보(경기 수원정), 임미숙 민중당 후보(수원병)는 성범죄 근절을 약속하며 불법촬영 대신 ‘몰래카메라’라는 용어를 썼다. 2017년 정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래한 ‘몰래카메라’가 범죄라는 인식을 희석시킨다며 ‘불법촬영’ 사용을 권했다.

디지털성범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후보도 다수 있었으나 구체적 방안 제시는 드물었다.

여성 공약을 내지 않은 후보자도 많았다. 일부 후보들은 반려동물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여성 정책은 내지 않았다. 김영순 대표는 “여성을 위한 공약은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며 “성별 임금격차, 채용 성차별 금지 등 여성이 어머니, 딸이 아닌 한 명의 경제적 주체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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