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P 차에 담긴 민심…새 정부 성패 ‘갈등 치유’에 달렸다

유정인 기자

득표 격차 ‘역대 대선 최소’

정권교체론과 안정론 사이 ‘절묘한 균형’…당선자에 통합 리더십 요구
윤, 근소한 차이 승리 질문에 “투표 결과 다 잊어…갈라치기 한 적 없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0.73%포인트라는 헌정 사상 가장 적은 득표율 차로 10일 당선을 확정지었다. 주권자들은 윤 당선자의 손을 들어 국정운영 대리인과 방향의 동시전환을 택하면서도 새 정부에 균형과 협치라는 과제를 안겼다.

역대 최소 득표율 차는 윤 당선자에게 역대 어느 정부 출범기보다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갈등 치유와 협치의 정신이 윤석열 정부 성패를 가를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완료된 최종 개표 결과 윤 당선자는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1614만7738표(47.83%)를 기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득표율 차는 0.73%포인트, 표차는 24만7077표다. 역대 대선 중 1·2위 후보 격차가 가장 작았다. 앞서 가장 격차가 작았던 대선은 1997년 15대 대선이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40.27%의 득표율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에게 신승을 거뒀다. 득표율 차는 1.53%포인트, 표차는 39만557표였다.

20대 대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변화와 통합으로 요약된다. 거대한 민심의 덩어리는 윤 당선자와 이 후보에게 고르게 표를 나눠주며 정권교체론과 안정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대선 내내 민심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룬 정권교체를 실현하되, 윤 당선자에게 압도적 힘을 실어 정권심판을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에 승리를 안기면서도 자신을 택하지 않은 절반의 민심을 돌아보며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국정운영 방향을 숙고할 여지를 남겼다.

양분된 민심은 대선을 치르며 더 극심해진 분열과 갈등을 보듬어 나갈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독주와 정치보복이 아닌 협치,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이라는 과제를 차기 정부의 급선무로 띄웠다. 윤 당선자가 첫날 행보에서 “통합과 번영” “야당과의 협치”를 수차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로 야당과 협치 없이는 국정 난맥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윤 당선자는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대선 결과를 두고 ‘과거’라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당선 인사 겸 기자회견에서 근소한 격차로 승리한 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어제 투표 결과를 보고 다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낮은 호남 득표율에 대한 질문에도 “선거 결과에 대해 뒤돌아볼 이유도 없고, 오로지 국민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젠더 갈라치기’ 등 대선 과정에서 분열의 정치가 나타난 점을 두고도 “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면서 “(성평등 관련)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이제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0.73%포인트 격차에 담긴 민심은 하루가 아닌 권력을 위임받은 기간 동안의 숙고를 요구한다. 그 민심을 성찰하고 어떻게 새 정부 방향을 잡아 나가느냐에 윤석열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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