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전교조 교육 OUT, 이념교육 아웃시키겠단 뜻”

정용인 기자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안 떨어집니다.”

지난 5월 24일 기자를 만난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61)는 6월 1일 선거결과를 확신했다.

‘혹시 떨어진다면’에 대한 답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배수진이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보수’로 분류되는 후보는 조 후보 이외에도 박선영 2018년 서울시교육감선거 당시 보수 단일후보,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 교수 등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단일화 논의가 불을 뿜었지만, 기사를 마감하는 현시점(5월 26일)까지도 결과는 난망이다. 선을 넘는 인신공격과 책임 전가 싸움만 한창이다.

결국 3선 도전에 나선 조희연 현 교육감의 ‘어부지리’로 끝나는 건 아닐까.

-5월 24일 교육청 기자회견에서도 ‘막판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중도·보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을까요.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후보가 결단을 내려 단일화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유권자가 단일화시키는 방법입니다. 두가지 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보가 결단을 내려 단일화한다는 건 상대 후보가 사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죠. 그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힘에 의한 단일화죠. 결국 다 나온다면 이번엔 유권자들이 확실히 식별해주면 됩니다. 그러니까 보수의 대표 후보가 누구냐, 조전혁이라고 자부합니다. 지금 중도보수의 표심이 제게로 쏠리고 있는 걸 느끼고 있고요. 게다가 서울의 조전혁, 경기의 임태희 등 전국 13개 시도에서 중도·보수대표 후보의 연대가 만들어졌어요. 소위 진보진영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요.”

- 5월 24일 낮에 바로 조희연 서울시, 성기선 경기도,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 후보가 ‘정책연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죠.

“그렇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영 대 진영’의 싸움이 된 것 같고요. 서울시민들이 각 지역의 대표선수가 누군지 확실히 구분하기 시작할 겁니다. 결과적으로 군소후보가 많지만 1 대 1 대결 효과가 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는 18대 국회의원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의원 재임 시절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의 명단을 공개해 총 1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물었다. 2014년엔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했다가 이재정 현 교육감에 밀려 낙선했다. 선거 뒤 전교조 측은 ‘조전혁 펀드’ 등 조 후보 측의 선거보전비용을 압류해 12억9000만원을 추심했다. 악연인 셈이다. 조 후보의 선거포스터를 보면 ‘전교조 교육 OUT’을 핵심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전교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교육감 후보들이 내건 ‘전교조 교육 OUT’과 같은 구호가 혐오표현이라고 긴급구제 신청을 냈어요. 전교조와 악연이 깊다고 봐야 할까요.

“저는 뭐 악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증오나 원한을 가질 일은 없으니까요.”

-2010년 전교조 회원명단을 공개한 후 2014년 경기도교육감선거에 나왔을 때 펀드로 모은 돈마저 추심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많은 분이 피해를 봤죠. 사실 그게 제 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전교조가 저를 내세워 다른 분들의 돈을 다 빼앗아버린 셈이죠.”

-법리적 판단은 어떻게 되었나요.

“대법원에까지 일단 가 있어요. 그런데 판결을 전혀 안 하고 있네요.”

-선거 포스터를 보니 ‘전교조 교육 OUT’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전교조의 이념교육을 아웃시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도 바로 그 이념교육에 뿔이 나서 공개한 겁니다.”

-민주시민교육, 평화인권교육 등을 지칭하는 건가요.

“그것뿐만 아니라 전교조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치편향 생각, 그리고 1980년대 운동권의 생각 같은 것 말입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그 생각을 안 바꾸고 있습니다. 반제국주의나 지금을 사실상의 식민지 상태로 여겨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세월이 흘러도 어쩜 그렇게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교육감이 되면 전교조나 교사노조, 교총과 같은 교사단체들과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전교조 선생님들을 다 인간적으로 미워하거나 그럴 이유는 전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노조 활동을 인정하고 노조에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찬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굉장히 진보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요. 공무원이고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정치활동을 제한당하는 것이 헌법적인 관점에서 과연 옳은가라는 회의를 갖고 있지요. 교수는 되는데 왜 교사는 안 되느냐는 부분에서 형평도 안 맞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제가 문제 삼는 건 이런 겁니다. 미성년자인 초·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교실 안에서는 하지 말라는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으로 쌍욕을 하든 저주를 하든 굿을 하든 다 좋은데,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에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을 맡았어요. ‘서울RUN’ 사업 말고 다른 성과도 있습니까.

“대안교육 관련 지원 같은 건 예산 배정돼 작업을 다 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서울시의회가 민주당 일색이니까 예산을 완전히 깎아버렸어요. 원래는 서울에 학습플랫폼을 만드는 예산이 있었는데 그런 걸 다 잘랐거든요. 하여튼 서울을 어떻게 성장하게 할 거냐에 우리가 아이디어로 잡은 것은 ‘항상 배움이 내 곁에 있는 도시, 언제든지 손 뻗으면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도시’라는 거였습니다. 여러 형태의 학습 내용이 어우러져 르네상스를 이루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교육감이 되면 이제 각종 사업을 더 잘 챙기겠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사실은요. 저는 교육감선거, 이거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왜죠.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게 맞아요.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게 맞죠. 우리보다 자유민주주의 제도와 지방자치를 오래한 선진국을 보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합니다. 지방자치를 왜 합니까. 보통 물어보면 우리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하잖아요. 다시 ‘동네 살기 좋아요?’라고 물어보면 뭐를 이야기하나요. 여자들이나 애들이 밤에 나가도 안전하고요, 애들 키우기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다음에 나오는 게 교통이 좋아요, 상업지역이 좋아요, 녹지가 좋아요, 체육시설이 많아요 같은 겁니다.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기능이 치안과 교육이에요. 그건 그 지방을 지키는 자치단체장이 임명하고 책임지는 게 맞아요. 제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앞장서서 이 선거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지덕체(智德體) 전인교육 대신 체인지(體人知) 교육으로 서울교육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운동장이나 교내 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요. 아이들 체력을 키우는데도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시와 지자체에서 지금 보면요, 한강변에 가면 평일에 그냥 놀고 있는 공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시설을 잘 이용하면 우리 아이들이 좀더 넓은 곳에서 뛰놀며 체력을 기를 수 있어요. 현재 학교에서 체육·음악·미술 교육은 거의 형해화돼 있습니다.”

-서울시의 구마다 체육 중점이나 미술, 예술 중점 학교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눈에 띄던데요. 사실 예체능교육도 지금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집안이 받쳐주는 사람만 가능한 것으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그걸 중점적으로 하는 일반학교를 만들 생각입니다. 면밀한 수요조사가 필요하겠죠.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만들려 합니다. 진로 진학에 대해서는 나는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같은 경우는 전문 미술학원 수준의 강사를 고용할 수 있는 예산을 줘서 입시미술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입시체육, 입시음악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아이들의 ‘탤런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들이 자기 탤런트에 맞게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교육의 책무라고 봐요.”

-예체능을 제외한 다른 일반고도 예산에서 공평하게 또 줘야 하지 않습니까. 학교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1980년대의 우열반이나 SKY반과 다른 게 무엇입니까. 국영수 집중교육 같은 특화과정도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거하곤 관계가 없어요.”

-사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학벌(대학)의 서열화 문제이지 않습니까. 자사고·특목고 사교육 논란도 결국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등으로 이어지는 체제의 입시에 맞춰지다 보니 생기는 문제이잖습니까. 수능 때 결정되는 대학 간판이 이후 평생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 결정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사회의 메커니즘이 굴러가는 게 어느 정도는 현실입니다. 이런 서열화 문제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예컨대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같은 대안을 오래전부터 내놓고 있어요. 서울대와 각 지방 국립대를 해체해 예컨대 국문과는 광주로, 전자공학과는 대구로… 하는 식으로 전국에 분산하자는 거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이 뭡니까. 이런 서열화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요. 어쩔 수 없다, 서열화는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보나요.

“지금 좌파의 해결책이 뭐냐 하면 일등을 일단 해체해 없애자는 거예요. 그러면 2등이 또 1등이 되잖아요. 그러면 새로운 1등 자리를 차지하려고 또 박 터지게 싸울 겁니다. 그러니 그게 해법이 안 되는 거죠. 사실 이 서열화 문제는 누구와 이야기해도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답을 갖고 있다고 하면 오히려 거짓말이 되는 거고요. 노동시장과도 관계가 있고 사회 기득권 문제와도 관계가 있는 복잡한 사안입니다. 이걸 단칼에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요? 아무도 답을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 아이디어를 처음 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는 원래 박희태 전 국회의장께서 대변인 시절 자주 쓰던 말이에요. 그분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 겁니다. 이걸 좀더 임팩트 있게 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딱 떠오르더군요.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을 것 같아 ‘혁자막어’편에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혁자는 공자, 맹자에 이어 조전혁의 혁자를 썼고 막어는 막말모음집을 뜻합니다. 이렇게 좀 소설 비슷하게 써서 한 건데 그땐 잘 안 알려졌어요. 국회 속기록에 보면 나올 겁니다. 그게 2010년이었습니다. 갑자기 지난 정권 들어서면서 유행어가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거 관련해선 대한민국에 비단 정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윤리의식을 0.1%라도 높였지 않나 자부합니다. 지난 정권교체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자성어도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에도 내가 기여했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지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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